시(詩)

방랑자

개마두리 2023. 9. 1. 15:46

방랑자인

나는 나의 먼지를 위해 기도하고

이방인 신세인 내 영혼에게 노래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적을 향해,

내 노래가 불사르는 세상을 지나가고

문턱을 놓는다.

 

- ‘아도니스(본명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 시인의 시

 

― 『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 ( ‘아도니스지음, ‘김능우옮김, ‘()민음사펴냄, 서기 202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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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자(개마두리)의 말 :

 

이 시는 좋은 시고, 깔끔한 시고,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울려 퍼지는 시다. 그러나 옮긴이인 김능우 선생이 쓴 몇몇 낱말 때문에,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어느 정도는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굳이 한자말을 안 써도 되는 곳에 한자말을 쓴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나라면 이 시를 이렇게 (배달말로) 옮겼으리라(밑줄 친 부분이 내가 순수한 배달말로 고친 부분이다) :

 

떠돌이

 

떠돌이

나는 나의 먼지를 위해 빌고,

이방인 신세인 내 넋에게 노래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 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적을 향해,

내 노래가 불사르는 누리를 지나가고

문턱을 놓는다.

 

만약 여러분이 내게 너무 따지는 것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한자말을 대신할 배달말이 있다면, 그리고 한자말이 어려워서 쓰는 데 불편하다면, 나는 되도록 배달말을 쓰고, 쉬운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일 항전기(서기 1910~1945) 때도 강요당한 왜어(<일본어>)를 뿌리치고, 어떻게든 순수한 한국어를 지키려고 애쓴 조선어학회 회원들과 한국 민중의 <말모이 작전>이 있었기 때문에 배달말이 살아 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이제는 싸워야 할 상대를 한자말(전근대사회의 한자말이건, 왜국식 한자말이건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한자말 말이다)과 영어로 삼아서, 말모이 작전에 뛰어든 사람들처럼 싸워야 한다.

 

그리고,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고쳐 쓰겠다는 뜻도 있는 게 이 일인데, 그렇다면 앎과 슬기와 정보와 사실을 모든 사람이 나누고,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 이 일이니, 그 때문에라도 내가 이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고 대답하리라. 부디 이런 나를 너무 따지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기지는 말아주시라.

 

- 단기 4356년 음력 717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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