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섯 달 하고도 열아흐레 전(올해 양력 4월 7일), 신문기사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한국 충청남도(줄여서 ‘충남’) 서산의 섬에 ‘곰’을 뜻하는 한자인 웅(熊)자가 붙은 이름이 왜 생겼는지를 모르겠다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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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딜 봐서 곰이라는 건지!”
곰을 닮아 웅도(熊島)로 불린다는 충남 서산 대산읍 웅도리. 그러나 외지인은 물론(말할 것도 없고 – 옮긴이 개마두리), 마을 주민조차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기 곰이 사는 것두 아닌데유.”
“서해 가로림만 중앙에 있는 웅도. 하늘에서 보면 곰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곰 형상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최흥수 기자).”
- 『 한국일보 』 서기 2023년 양력 4월 7일자 기사인 「 ‘머드맥스’ 갯벌 품은 곰섬 … 생태와 개발 사이 고민/설렘 교차하다 」 ( 정민승 기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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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은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고, 나는 그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써서 남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대학과 대학원에서 언어학/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이 신문기사를 고이 간직했다가, 이제야 키보드의 글쇠를 두드린다.
문제의 핵심은 섬에 왜 ‘곰 웅(熊)’자가 들어간 땅 이름이 붙었느냐는 것인데, 나는 그것이 짐승인 곰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땅의 신’이나 ‘신(神)’을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이었던 ‘고마’/‘개마’/‘검’/‘금’/‘감’/‘곰’이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한다.
그러니까, 원래 그 섬은 땅의 신(또는 그냥 신)을 제사 지내던 ‘땅의 신의 섬’ 또는 ‘신의 섬’ 이었는데, 후대에 ‘곰(짐승)’이라는 뜻을 지닌 한자인 ‘웅(熊)’을 붙여 그 한자의 뜻과 발음이 같은 ‘땅의 신/신’을 나타내려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후손들이 원래 그 한자를 집어넣은 까닭을 잊어버리고 그냥 ‘웅도’라고 불렀기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과 웅도 사람들이 섬에 붙은 이름을 의아하게 여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여기까지만 추리하고, 그 다음 그 추리가 옳은지 아닌지는 전문가들에게, 그러니까 언어학자와 국문학자에게 맡기고자 한다. 부디 그 학자들 가운데 누군가는 내가 한 이 고증을 마저 끝내 주기를!
- 단기 4356년 음력 8월 12일에, ‘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관점을 다르게 해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마두리가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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