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90%는 실패해도, 10%는 가치가 있다

개마두리 2024. 3. 30. 18:28

나는 인생에서 ‘10%의 법칙이라는 걸 믿고 있다. 말하자면, 대략 무엇을 하든 10% 정도가 쓸모 있거나 가치 있고, 내게 맞는 걸로 남는다는 법칙 같은 것이다.

 

글을 10편 정도 쓰면 좋은 글이 1편 정도 나온다. 내 글을 10명의 사람들이 읽는다면, 그 중 1명 정도가 좋아할 것이다. 내가 알게 된 사람들 중 나를 좋아해 줄 사람도 10명 중 1명 정도라고 믿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모전이든, 취업이든, 그밖의 어떤 도전들이든 대략 90% 정도는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소개팅이나 썸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할 만한 여자는 열 명 중 한 명 정도일 것이고, 나를 좋아할 만한 여자도 열 명 중 한 명 정도일 것인데, 그럼 대략 100명 중 1명 정도와 연애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입사 원서를 썼을 때, 서류 통과 확률도 10분의 1이고, 면접 통과 확률도 10분의 1이라면, 100군데 정도는 지원해봐야 내가 맞는 곳이 있을 것이다.

 

10%의 법칙이란 건 꽤나 가혹해 보이거나 패배주의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10%의 법칙을 믿는 것이야말로 낙관주의쪽에 가깝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 10%나 내 글을 좋아한다면, 그 숫자는 500만 명에 이른다. 출판 시장의 독자들이 대략 100만 명 정도라 하더라도, 내 책을 좋아할 독자가 10만 명쯤은 있는 셈이다. 나는 평생 그 10%만 다 찾아도 행운인 것이다.

 

10%나 있다면, 나와 결혼하고 사랑할 사람 한 명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내가 들어갈 직장 하나쯤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리는 하나이면 된다. 그런데 10%나 된다니, 내 선택지가 엄청나게 많은 셈이다.

 

대략 나는 10% 정도를 믿으며 살고 있지만, 1% 정도 되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사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10% 법칙은 때론 1%의 법칙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1%도 나쁘지 않다. 100번만 해보면, 어쨌든 내게 어울리는 것 하나, 그 무언가를 얻을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100번까지 해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실패는 상처라기보다는 당연한 과정이 된다. 오히려 실패가 없으면 이상하고 불안하다.

 

세상에는 성공의 기록들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은 실패의 이야기들 자체가 터부시되는 관계라는 것도 있다. 루저(loser. 실패한 사람/패자/실패자 옮긴이 개마두리)처럼 보이는 것, 시행착오가 많은 인간처럼 취급되는 것, 깔끔하고 정확하게 살지 못하는 무능력자들을 배제하는 사회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내가 믿는 진실은 90%의 실패와 10%의 어울림 같은 것에 있다. 내게 어울리는 건 세상에 10%나 있고, 모든 면에서 그걸 찾는 여정이 곧 인생이다. 그런 보물은 인생에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패할 가치도, 인생을 살 가치도 있는 듯하다.

 

- ‘정지우(문화평론가)’ 님이 서기 2022년 양력 328일에 쓰신 글

 

- 출처 :

 

https://ppss.kr/archives/252671

 

90%는 실패해도, 10%는 가치가 있다

나는 인생에서 10%의 법칙이라는 걸 믿고 있다. 말하자면, 대략 무엇을 하든 10% 정도가 쓸모 있거나 가치 있고, 내게 맞는 걸로 남는다는 법칙 같은 것이다. 글을 10편 정도 쓰면 좋은 글이 1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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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 4357년 음력 221일에, 10%의 성공, 아니 1%의 성공이라도 얻고 싶어하는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