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말

‘절반(折半)’이 순수한 배달말로 ‘가봇’이라는 양주동 박사의 학설에 찬성하는 까닭

개마두리 2024. 12. 29. 21:26

이영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양주동(梁柱東, 서기 1903~ 1977) 박사는 생전에 삼국사기 』 「 신라본기 < 유리 이사금 > 조에 나오는 가배(嘉俳)’라는 낱말의 뜻을 풀이한 적이 있다.

 

양 박사는 한가위의 옛말인 “‘한가배한가봇’, 절반의 뜻이라 풀이했는데, “팔월 보름이 일년의 절반에 해당되는 까닭에 이렇게 불렀으리라는 것이다(이영희 교수).”

 

그리고 다른 설에 따르면 나라 안 여자들을 절반으로 나누어 길쌈 경기를 시켰다 해서 절반의 뜻으로 그렇게 불렀다고도 한다(이영희 교수).”

 

나는 양 박사의 모든 학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봇절반(折半)’을 뜻하는 낱말이라는 그의 학설에는 적극 동의하며, 비록 그가 한가위를 가배로 부른 까닭은 제대로 맞추지 못했지만,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그가 옛 배달말이자 순수한 배달말이고, 고대어/중세어이기도 한 낱말을 다루었다는 사실은 높이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가배가봇이고 그것이 절반이라는 뜻이라는 양 박사의 학설에 찬성하는가? < 유리 이사금 >조에 가배가 유리 이사금이 서나벌(徐那伐)6()를 둘로 나누어 길쌈 경기를 시킨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둘로 나누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절반, 그러니까 ()’씩 나누었다는 뜻이다. 온 나라 사람들이 반씩 나뉘어서 길쌈을 하고, 누가 옷감을 더 많이 짰는지 겨루는 대회, 이것에 절반을 뜻하는 고대어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그러니까, ‘가배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양 박사가 아니라 나라 안 여자들을 절반으로 나누어 길쌈 경기를 시켰다 해서 절반의 뜻으로 그렇게 불렀다.”고 주장한 사람이 제대로 본 것이다). 그러니까 가배()/절반을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이자, 옛 배달말이고, 고대어이자 중세어인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적으면, 여러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의문은 남네요. ‘가배가 아니라 왜 가봇절반이라는 뜻이죠?”하고 물으리라. 당연하다. 나도 그 의문을 풀지 못해서 오랫동안 이 글을 쓰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발음의 변화를 다룬 법칙과 또 다른 순수한 배달말 낱말이 그 의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 보자.

 

옛 문헌 자료와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배달말은 발음을 발음으로 대체하거나 그 반대로 발음을 발음으로 대체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가 서울이라 부르는 도시는 수 세기 전에는 셔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 세월이 흐르면서 로 발음이 바뀐 것이다.

 

일단 이 사실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이번에는 배달말 낱말 가운데 하나를 살펴보자. 한국인을 비롯한 배달민족은 중앙(中央)’이나 복판이나 중심이나 ‘~()[: “그중에 가장 쉬운 것”]’을 순수한 배달말인 가운데로 부른다. 그러니까, ‘중앙이나 이나 중심은 순수한 배달말로는 가운데인 것이다. 이 낱말은 오늘날에도 쓰인다.

 

그런데 왜 배달민족은 중앙’/‘가운데로 부를까? 그것을 알려면, 일단 이 낱말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장소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운데가운 + 이라는 뜻으로 분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운? 여기서부터 아까 살펴보았던 발음의 변화와 가배의 뜻이 중요해진다. 오늘날 가운으로 부르는 말이 수 세기 전까지만 해도 원래 발음이 가분이었다면(실제로, 경상남도의 노인들은 가운데가분데에 가깝게 발음한다. ㅇ 발음을 ㅂ 발음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가운데가분 + 가 된다. 그리고 옛말에는 발음과 발음이 혼동되어서 쓰였으므로(: “~했소“~<>”로 말하는 것), ‘가분은 원형이 가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본이라는, 추정 복원한 말이 양 박사가 말한 가봇과 꽤 비슷하지 않은가?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본‘~’/‘~의 받침이라고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본가봇인이 줄어들어서 만들어진 말이 된다. 따라서 가운데

 

가봇인 데가봇인 곳절반인 장소

 

라는 뜻이 된다. 이 풀이가 설득력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가운데라는 말의 뜻을 파헤쳐야 하는데, 이 부분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예를 들어, 한 종이의 중앙에 점을 찍었다고 치자. 그러면 그 점에서 종이의 끝까지 가는 직선 거리는 종이 변의 절반이 된다. 그리고 그 거리와는 반대쪽으로 종이의 다른 끝까지 가는 직선 거리도 또한 종이 변의 절반이 된다. 그 점은 왼편과 오른편에서 보았을 때, 각각 종이의 절반인 곳에 자리한 점이 되는 것이다. 절반인 곳이 바로 가봇인 데’, 그러니까 가운데이며, 따라서 절반’/‘은 순수한 배달말이자 옛 배달말로 가봇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봇절반/임은 가배뿐 아니라 가운데라는 낱말과 그 낱말의 발음이 바뀐 과정에 대한 고찰로도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이라는 이야기고, 따라서 나는 가봇절반/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라는 양 박사의 학설에 동감하게 되었다.

 

가봇이 기록에는 가배로 나타나는 까닭은, 원래 발음은 가봇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과 발음이 완전히 같은 한자는 없기 때문에 한자(정확히는 이두나 가차[假借 : 뜻이 다르나 소리는 같은 한자를 빌려서 발음이나 말을 적는 방법])로 쓸 때 ()’()’자를 골라서 썼고, 그래서 가배라는 발음이 굳어졌다는 가설을 덧붙인다(이는 제하[諸夏 : 수도 북경(北京)]에서 컬러로 발음하는 콜라[cola]’라는 영어 낱말을 한자의 한 갈래인 간체자로 적을 때, 발음을 정확하게 적지 못해서 가락[可樂]’이라고 쓰고 커러로 읽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정확한 발음은 가봇이고, ‘가배는 한자의 한계 때문에 비뚤어진 발음이라는 이야기다.

 

오환족의 한 갈래로 보이는 박()씨족이 세운 나라인 서나벌을 다룬 기록에 이 말(가봇/가배)이 나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 말은 원래 오환 말로 보이며, 박씨족이 코리아(Corea) 반도로 내려와 뿌리내리면서 그리고 신라가 서기 7세기 중반에 마지막 승자가 되어 코리아 반도의 거의 대부분을 손에 넣음으로써 코리아 반도 곳곳으로 퍼져 명절의 이름이 되고 배달말 낱말이 되었음이 분명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글을 맺는다.

 

- 단기 4357년 음력 1129일에, ‘우리 한국인들은 좀 더 많은 배달말 낱말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다른 나라에도 널리 알려야 하며, 나아가 그것을 다시 쓰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