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소말리아 해적경제의 역설

개마두리 2012. 1. 18. 19:19

- 인질 몸값이 경제개발 기여

 

- 작년 한해만 1550억원 유입

 

- 6년새 평균임금 3배 뛰기도

 

국제적 골칫거리인 소말리아 해적들이 이 나라의 경제에는 무시 못할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국제문제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12일 ‘소말리아 해적의 경제 개발 효과’ 보고서에서 북부 준자치지역인 푼틀란드에 해적질의 결과로 많은 돈이 유입된 때인 2009년의 위성사진을 2002년과 비교한 결과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인구의 3분의 1이 사는 푼틀란드의 중심도시이면서 해적들이 본부를 두고 있는 가로웨와 보사소는 새로 지은 집들과 상가로 겉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가로웨의 시가지는 두배로 불었을 정도다. 차량들도 훨씬 많이 눈에 띄었고, 야간 위성사진에 보이는 불빛도 확대됐다.

 

보고서는 푼틀란드의 누갈주에서 2005년에 4만 소말리아실링(약 1830원)이던 일일 평균 임금이 지난해에는 12만 실링으로 3배 뛴 것도 해적행위 증가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또 사실상 통화당국이 없는데도 소말리아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지 않는 것도 가축 수출 대금과 해적질로 벌어들인 외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박 40여척에 선원 400여명을 억류하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지난해 받아낸 몸값은 1억 3500만달러(약 1550억원)로 역대 최고치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는 납치한 선박 1척을 관리하기 위해 경비 인력과 식료품 담당자 등 100명이 필요해, 해적질의 직접고용 효과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몸값이 투자 재원이 돼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치는 낙수효과도 크다고 봤다. 2009년의 경우 선박 납치 1건당 45만달러가 소말리아 경제로 흘러들어왔는데, 이는 주력 수출품인 소 1650마리를 수출한 것과 같다.

 

이 보고서는 내전과 가뭄으로 국가 기능이 망가지면서 ‘실패한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소말리아의 경제가 그나마 해적질 덕에 숨을 쉬고 있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따라서 푼틀란드의 정치 지도자들이 해적질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본영 기자

 

-『한겨레』서기 2012년 1월 14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