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서(西)아시아 최초의 촌지

개마두리 2012. 9. 17. 00:18

 

- 촌지 : 학부모가 교사에게 주는 뒷돈이나 뇌물.

 

교사는 학생에게 “학생, 자네는 요즘 무엇을 했나?”라고 물었다. 학생은 “학교에 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교사는 “학교에서 무얼 했지?”라고 물었고, 학생은 “저는 제 점토판에 새겨진 글들을 외워서 읊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온 새 점토판에 글을 썼습니다. 그 뒤 선생님들은 제게 글의 내용을 말하라는 숙제를 주셨고, 오후에는 글쓰기 숙제를 내 주셨습니다. 저는 수업이 끝나자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아버지가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오늘의 글쓰기 숙제에 대해 말씀드린 뒤 제 점토판의 글을 외워서 읊어드렸습니다. 아버지는 기분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어머니께 ‘점심을 싸주세요. 학교에 가야 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빵 두 개를 준비하셨고, 저는 그것으로 아침 밥상을 차렸습니다. 어머니는 빵 두 개를 주셨고, 저는 그것을 가지고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자, 감독관님이 제게 ‘왜 늦었지?’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두려운 기분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선생님께 가서 정중히 절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 (중략) … 그는 자리에서 성급하게 일어나거나, 문 밖으로 걸어서 나가다가 여러 교직원들에게 벌을 받았고, 선생님은 학생에게 “글 쓴 게 엉망이야!”라고 말하면서 매를 때렸다.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 선생님을 집에 모셔온 뒤 선물을 바쳐 선생님의 기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제안한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말했다. 선생님이 학생의 집을 방문했고, 그(선생님 - 옮긴이)는 윗자리에 모셔졌다. 학생이 옆에 앉아 시중을 들었고, 선생님은 학생의 아버지와 학생의 점토판 필기술(筆記術. 글을 쓰는 기술. 의역하자면 문법과 작문 능력 - 옮긴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의 아버지는 선생님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밥을 먹었고, 선생님에게 새 옷을 입히고, 선물을 주었으며,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 뒤 선생님은 학생에게 “얘야, 너는 내 말을 흘려듣지 않고 신중하게 구는 게 좋을 게다. 그래야 너는 필경술(筆耕術. 글 쓰는 기술 - 옮긴이)을 아주 잘 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것을 완전하게 성취할 테니까. … (중략) … 너는 네 형제들 가운데 가장 돋보일 것이고, 네 동무들 속에서 우두머리가 될 것이며, 학생들의 지도자가 될 것이야. … (중략) … 너는 학교생활을 잘해왔으니까, 이제는 ‘지식이 있는 사람’이 되었어.”라고 말했다.

 

- 4000년 전(서기전 2000년)에 어느 키엔기르(‘수메르’의 정식 국호) 교수가 쓴 수필

 

* 출처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 박성식 옮김, ‘가람기획’ 펴냄, 서기 2000년)

 

▶ 옮긴이의 말 :

 

이 수필을 읽으니,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는 탄식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알겠다. 아, 어쩌면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가릴 것 없이 이렇게 한심하고 뻔뻔한 걸까?

 

하긴 동(東)아시아에서도 3060년 전 희창(姬昌. 시호 주周 문왕文王. 성이 ‘희’고 이름이 ‘창’이다)의 아들인 희발(姬發. 시호 주周 무왕武王)이 상(商)나라의 주왕(紂王)에게 뇌물을 바치고 아버지를 풀어달라고 빈 사례가 나오니(『사기』와『십팔사략』), 뒷돈과 뇌물의 역사는 문명이 시작된 뒤부터라는 주장이 근거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