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시인 다르위쉬에게
당신은 아랍사람
난 당신과 동반자들이 채석장에서 일해
아이들을 위한 빵과 옷과 참고서를
구한다는 걸 알고 있다
당신의 신분증엔
당신이 바라는 명분이 빠졌다
점령구역의 이스라엘인들(시온주의자들 - 옮긴이)이
당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분노해도
당신의 동포가 다른 사람의 문 앞에서 난쟁이 길이기 때문에
파일엔 당신의 이름이 없다고
사사건건 당신더러 참으라고 요구했다
당신은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 옮긴이) 고수했다
당신의 뿌리는 원래부터 당신이 살던 곳에서
일찍이 잣나무와 감람(橄欖. 올리브 - 옮긴이)나무
일찍이 무산계급(無産階級. 재산이 없는 계급 - 옮긴이)의 야생풀로 조성돼 있었다
당신은 말했다
이스라엘(시온주의자들의 괴뢰정권 - 옮긴이)이 당신이 일군 땅을 훔쳤다고
당신이 사는 거리는 이름도 없고
점령자가 당신들에게 남긴 것은 그저 돌 뿐이었다
당신은 남을 증오하진 않았지만
굶주림과 분노 때문에 당신이
점령자의 살을 물어뜯으라고 공언한
당신의 소리를 우리나라(대만 - 옮긴이)에서도 들었다
정처 없이 떠돌고 쫓겨나던 중에
당신들은 곧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려 한다
충돌이라는 어두운 그늘 속에서
평화라는 꽃이 흔들리고 있다.
꽃의 형체와 향기가
당신의 시(詩)처럼
내 원고지에 찍히고
내 펜으로 그려졌다
당신의 성(姓)을
‘다르위쉬’라 부르고
당신의 나라는
‘팔레스타인’이라 부른다
- 리민용(한국식 한자 발음으로는 이민용[李敏勇]) 시인의 시
* 출처 :『자백서(自白書)』(리민용 지음, 김상호[金尙浩] 옮김, ‘바움커뮤니케이션’ 펴냄, 서기 2012년)
* 리민용 : 대만의 시인. 서기 1947년 까오슝(고웅高雄) 현에서 태어났다.
(이 시는 원래 리 시인이 서기 1997년부터 서기 2008년까지 쓴 시들을 모은『자백서』라는 시집에 실렸다. 다르위쉬 시인이 서기 2008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리 시인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 시를 쓴 것이 분명하다 : 잉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