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지역 밀착형 언론의 진가

개마두리 2012. 11. 25. 16:49

박성준(29세) 씨는『원주투데이』의 막내 기자다. 인구 33만 명의 원주시에서 발행되는 이 주간신문에 1년 전 입사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수도권의 한 일간지에 다니던 박씨가 원주에 내려온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방에 살던 젊은이들도 기회만 생기면 수도권으로 떠나려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큰 도시에 사는 게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자란 고향을 위해 일하는 지금이 한결 행복합니다.” 박 기자는 원주를 누비며 크고 작은 소식을 취재하고 기사로 알린다. 이런 뉴스가 있어야 시민들이 이웃에 관심을 더 갖고, 일이 있을 때 모이고,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고 믿는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지역과 작은 공동체에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꿈을『원주투데이』와 같은 지역 밀착형 언론들이 실핏줄처럼 이어주고 있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인쇄, 방송매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언론의 사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흙탕물을 뚫고 솟아나는 샘물처럼 지역에서 풀뿌리 언론이 자라나고 있다.

 

주로 주간으로 발행되고 온라인으로도 소식을 전하는 이 신문들은 “어느 집의 누가 결혼한다.”는 소식까지 실을 정도로 지역에 밀착돼 있다. 이는 도 단위의 일간신문만 되어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중앙지나 도 단위 일간지는 독자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지역밀착형 주간지는 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지역 밀착형 주간신문이 모여 (사)바른지역언론연대를 결성했는데 충북의『옥천신문』, 전남의『해남신문』, 경남의『양산시민신문』등 모두 32개사가 소속돼 있다. 전국에 지역 일간/주간지가 수백개가 되지만 아무 신문이나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사를 미끼로 관공서와 기업을 협박하거나 신문을 강매하는 길을 걷지 않는 곳만 심사를 거쳐 받아들인다.

 

출발 역시 올바른 언론을 바라는 지역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은 것이 계기가 된 곳이 대부분이다. 직원수는 대략 5~10명이고 기자가 취재, 편집, 신문수령, 배달 등 전방위로 일하는 곳이 많다. 처음엔 지역언론을 싸잡아 불신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진가를 알아준다고 한다. 박 기자는 “우리 같은 지역언론 기자는 겸손해야 한다. 취재를 할 때도 취재원과 기자가 아니라 지역주민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밀착형 보도와 바른 처신으로 신뢰를 쌓은 결과 이들은 나름대로 굴러가는 경영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양산시민신문』김명관 발행인은 “장례식 알림도 신문에 광고로 내고, 조문 와서 감사하다는 광고도 내는 등 지역생활에 밀접한 광고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 밀착형 주간신문이 지역 공동체와 함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 이봉현(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서기 2012년 11월 9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