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씨알과 이익을 다투지 않은 재상 공의휴(公儀休)

개마두리 2013. 1. 8. 21:27

 

* 씨알 : 백성(百姓)을 일컫는 순우리말

 

녹봉을 받는 집안은 녹봉으로 먹고 살아가면서 백성들과 생업을 다투지 않아야 이익이 골고루 나누어지고 씨알들이 집집마다 풍족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하늘의 이치이자 먼 옛날부터의 도리입니다. 그리고 천자가 법으로 만들어 제도화해야 할 것이자, 대부(大夫)들이 순순히 따르며 시행해야 할 일입니다.

 

공의자(公儀子. 중국의 춘추시대에 노[魯]나라의 재상이었던 공의휴)가 노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집에 들어가 아내가 비단을 짜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아내를 내쫓았고,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뜰에 심은 아욱을 먹게 하자 분통을 터뜨리며 아욱을 뽑아버렸습니다. 그는 “내가 녹봉을 받고 있거늘 푸성귀를 심는 농부와 길쌈하는 여인의 이익을 빼앗는단 말이냐?”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런저런 벼슬자리에 앉았던 옛날의 어진 이와 군자는 모두들 그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랫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공경하여 가르침에 따랐고, 그들의 청렴함에 감화를 받아 탐욕스럽거나 비굴하지 않았습니다.

 

- 서한(西漢)의 유학자인 동중서(董仲舒)가 유철(시호 한 무제)에게 올린 글에서

 

* 이 글을 옮긴 박천홍 아단문고 학예연구실장의 말 :

 

(전략)

 

동중서는 동아시아에서 유학 사상이 지배적인 사회 질서로 자리잡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그의 글은 지금으로부터 2100여 년 전 쯤의 산물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울림은 넓고 깊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늘날 이 땅에도 공의자 같은 인물이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최고 통치권자가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았다며 비아냥거림을 듣는 시대, 거대 기업이 껌 파는 아저씨와 콩나물 가꾸는 주부와 함께 이익을 다투는 나라, 일터를 빼앗긴 노동자들과 꿈을 잃은 아이들이 수백 미터 아래로 몸을 던지는 이곳에서 그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그때보다 더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다시 먼 옛적 이야기에서 인간의 길을 물어야 하는 건 아닐까.

 

* 출처 :『경향신문』서기 2012년 12월 28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