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앉아 이렇게 쓴다
<이 시로 네가 권력을 잡을 순 없다>고
<이 시구로 네가 혁명을 이룰 수는 없다>고
<수천 개의 시구로도 혁명은 이룰 수 없다>고
또 있다. 이 시들이
짐꾼, 선생님, 벌채꾼들이 더 잘 먹고
더 잘살게 할 리가 없다. 아니면
시인 혼자라도 잘 먹고 잘살게 할 리도
아니 한 여자의 사랑을 얻는 데도 쓸모가 없을 것이다
돈을 벌 수도
영화를 공짜로 볼 수도 없고
옷 한 벌 생기지도
담배도 포도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앵무새도 목도리도 배도
황소도 우산도 얻지 못할 것이다
그 시로는 겨우 비가 그를 적실 뿐
용서에도 은혜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다.
<이 시로 네가 권력을 잡을 순 없다>고 말한다
<이 시구로 네가 혁명을 이룰 수는 없다>고 말한다
<수천 개의 시구로도 혁명은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 쓴다
- 후안 헬만 시인의 시
* 출처 :『새 한 마리 내 안에 살았지』(후안 헬만 지음, 성초림 옮김, ‘문학의 숲’ 펴냄, 서기 2012년)
# 후안 헬만 : 아르헨티나의 시인. 군부의 독재정치를 피해 13년 동안 숱한 나라들을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