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시]후손들에게

개마두리 2013. 1. 31. 18:15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없는 이마는

무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웃는 사람은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을 따름이다.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곧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한 침묵을 내포하므로

거의 범죄나 다름없으니,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저기 천천히 길을 건너가는 사람은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이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물론, 나는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믿어 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살아남은 것이다. (나의 행운이 다하면, 나도 그만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먹고 마셔라! 네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라!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물이 목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겠느냐?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도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는 무엇이 현명한 것인지 씌어져 있다.

세상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덧없는 세월을

두려움없이 보내고

또한 폭력없이 보내고

악을 선으로 갚고

자기의 소망을 충족시키려 하지 말고 망각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이 모든 것을 나는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중략)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했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친절하지 못했단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정도까지 되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다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인의 시

 

출처 :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document_srl=992649&dummy=1&mid=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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