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금요일

개마두리 2013. 1. 12. 17:39

 

 

적막한 금요일

아득한 금요일

 

낡은 골목처럼 슬픔 간직한 금요일

게으르고 병든 생각 간직한 금요일

교활함이 하품하며 기지개를 켜는 금요일

기약이 없는 금요일

체념의 금요일

 

텅 빈 집

우울한 집

젊음의 물결에 맞서 문을 닫아 건 집

태양을 꿈꾸는 어두운 집

의혹과 불길함이 깃든 외로운 집

커튼집, 서점, 가구점, 사진관

 

아, 얼마나 평온하고 눈부시게 지나갔던가

낯선 개울 같았던 내 삶이

이 황량하고 고요한 금요일들의 한복판에서

이 우울하고 텅 빈 집들의 한복판에서

아, 얼마나 평온하고 눈부시게 지나갔던가

 

- 포루그 파로흐자드 시인의 시

 

* 출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포루그 파로흐자드 지음, 신양섭 옮김, '문학의 숲’ 펴냄, 서기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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