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메르스 같은 사태 대처할 공적 인프라 밑바탕은 독서”

개마두리 2015. 6. 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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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 서울 함께 만드는 시민모임안찬수 대표

 

책읽는 서울을 함께 만드는 시민모임13일 책 읽기 플래시몹 행사를 열었다.

터넷(순우리말로 누리그물’ - 옮긴이)과 휴대전화(스마트폰) 등을 통해 서로 모르

는 불특정 다수가 자발적으로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 모여, 목표로 정한 행

동을 취한 뒤, 곧 흩어지는 플래시몹.

 

이번 행사에서 정해진 장소는 서울 도심 청계광장이었고, 행동 목표는 책 읽기였다.

지난해 결성된 이 모임의 안찬수 대표(51) 14책 읽기 문화를 확산시키고, ‘

읽는 도시 서울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발산하기 위한 이 행사는 성공적이라며 매

우 흡족해했다.

 

그런데 이번 플래시몹은 메르스 때문에 모이는 건 포기했다. “한자리에 모이지는

않되, 자신이 읽고 싶은 책 1권과 다른 시민들에게 책 읽기를 권유하는 표어나 흥미

를 불러일으키는 분장을 하고, 서울 각 지역에서 자발적인 플래시몹을 펼친 뒤,

를 사진으로 찍어 책 읽는 서울을 함께 만드는 시민모페이스북(www. faceboo

k.com/bookcitizen)에 게시하거나 이메일(seoulrd@gmail.com)로 전송하는 방식

으로 행사 내용을 바꿨다.

 

이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온갖 사람들이 곳곳에서 찍어 보낸 수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코흘리개 꼬맹이들부터 어른까지 사진들을 계속 올리고 있다.”

서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사회 독서운동을 주도해온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책 읽는 사회문화

재단’(‘책사회’)의 사무처장 자리를 10년 넘게 지켜오면서 이번 행사도 기획한 안 대

표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만큼 책 읽기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우리 사회

가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완성이란 게 없다. 끊임없는 형성 과정이다. 그걸 감당할 시민 세력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타살당하든지 자살한다. 그것을 막으려면 책 읽는 사회를 만들

어야 한다.“ 이것이 책사회를 이끌어온 도정일 대표의 신념이, 곧 자신의 신념이

라고 했다.

 

인구 감소, 고령화 사회에서 기계화/자동화 또한 피할 수 없을 텐데,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 악기 다루기 같은 사람 손노동과 책 읽기다. 과거에는 오랜 경험이 지혜

를 창출했고, 그래서 질문을 어른들이 던졌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게 된다. 스스

로 질문을 던지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럴 때 책 읽기는 필

수적이다. 책 읽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건 곧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짓이다.” 그런데

이 나라 망하게 하는 짓을 나라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가구당 도서구입비가 계속 줄고 있다. 왜 주는가? 책을 읽을 수 없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간판을 따기 위한 입시

과열과 우승열패식의 과도한 경쟁 탓이다. 나라의 힘 가진 자들은 그게 자신들 기득

권 유지에 유리하니까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고수한. 정부도 고칠 생각이 없다.

읽기는 나라를 만드는 기반 중의 기반이. 이건 좌니 우니 진보니 보수니로 갈라서

따질 일이 아니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 발표를 보면, 가구당 도서구입비는 22123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줄었다. 한국출판저작권 연구소에 따르, 이는 1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이래 최저치다. 게다가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 도서구입비는 1

877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1%나 줄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메르스 창궐에 우리 사회가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고 있지만, 이는 공적 투자 영역

인 공중보건 인프라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적 인프라 필요성과 투자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고 실행하려면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판

단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세력, 제대로 된 정당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

인들을 창출해야 한다. 서구 열강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격변기를 헤쳐갈 수 있는

나름의 내성들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에겐 그게 아직 없다. 우리는 아직 그런 차원

에서 국민적 책읽기를 해본 적이 없. 지금 정부가 내세운 문화 융성도 그 관건이

되는 건 책이고 독서다.”

 

1996년에 첫 시집아름다운 지옥을 낸, “책만 보던 문학도였던 안 대표는 창작

과 비평사 편집, 강 출판사 기획실장 등을 거쳐 20048월 책사회 사무처장이 된

이래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란 구호를 내건 <문화방송> 책 읽기 캠페인 프로그

<느낌표>와 뒤이은 기적의 도서관짓기 운동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03년 순천, 제천, 진해 3곳을 시작으로 이듬해 서귀포, 제주, 울산 북구, 청주,

리고 금산, 부평, 정읍, 김해로 이어졌고, 오는 730일 서울 도봉구에 12호관을 개

관하는 기적의 도서관운동은 주민과 지자체가 참여하는 유치과정, 그리고 개관

이후의 성과를 통해 해당 지역 자체가 바뀌고 유치 도시의 품격이 높아지는 변화를

일궈냈다.”고 그는 자부했다.

 

이와 더불어 책사회 활동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사업이 매년 신생아 12~ 13만명

에게 생애 첫 선물로 책 꾸러미를 전달하는 북스타트운동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북스타트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재원은 각급 도서관과 지자체

의 지원, 그리고 풀뿌리 모금이다.

 

-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한겨레서기 2015615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