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노숙자 돕고 갱단 감복시킨 남미의 한인교회와 장로들

개마두리 2014. 3. 13. 18:57

 

 

브라질 수도 상파울루(내가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배울 때는 브라실 공화국의 수도가 ‘브라질리아’였는데, 언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 옮긴이)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엔 한인 동포가 각각 5만명, 2만 5000명 가량 살고 한인교회가 30~50개씩이 있다. 대부분 한인 목회에 초점을 둔다.

 

 

이 가운데 창립 45년째로 상파울루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한인교회’는 현지인 목회로 주목받고 있다. 이 교회는 구 한인촌인 리베르다지에 있다. 오는 6월 12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가장 염려되는 문제로 치안이 꼽히는 상파울루에서도 치안이 가장 불안한 지역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한인촌과 교회들이 치안이 나은 봉헤치루 지역으로 옮겨간 뒤 이 교회만 홀로 남았다.

 

 

한인교회 건물 앞에 있는 고가도로 밑은 노숙자(노숙인 - 옮긴이) 수백명이 노숙하는 곳이다. 또 한인교회 옆집엔 브라질(정확한 발음은 ‘브라실’ - 옮긴이) 최대 갱단인 ‘페세세’의 우두머리가 거주하고 있다. 밤이면 갱단들이 교회 앞에서 마약을 판다. 갱단 두목이 교도소 안에서 핸드폰으로 명령을 내릴 정도로 권력기관들과 결합해 있어 마약 판매를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굵은 철조망을 쳐 갱단과 노숙인들을 경계하기 바쁘던 한인교회는 7년 전부터 노숙인들에게 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고가도로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다. 교회 밖에 주차시킨 교인들의 차가 파손되고 스테레오 등이 통째로 뜯겨가기 일쑤였는데, 이젠 노숙인들이 교인들의 차를 보호해준다. 교회의 봉사에 감명받은 갱단들은 교회 물품이 도난당한 사실을 알면 직접 찾아다주고, 찾지 못하면 자신들이 돈을 내놓을 정도다. 한인교회는 고가도로 앞에 아예 빵공장을 만들어 이달부터 매일 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10년 전 이 교회 선교위원장을 맡아 노숙인 봉사에 앞장선 오흥대 장로는 1991~93년 파라과이 사우다드델에스테의 한인교회 장로로 사역하던 시절 당시 이 교회의 주말목회를 하던 해방신학자 홍인식 파라과이신학대 교수(현 멕시코장신대 교수)의 영향으로 현장 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홍 교수의 지인이 변화시킨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최대 동포교회인 신성교회의 백창기 장로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신성교회 담임이었던 홍 교수의 영향으로 플로레스 지역에 노숙자센터인 민들레관을 만들어 늘어나는 빈민 노숙인들을 먹이고 있다. 백 장로는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교육열도 높아 상당수 자녀들이 현지 의대와 법대에 진학해 무료로 공부를 하고 의사나 변호사가 된 뒤 주로 미국으로 떠나 현지에선 한인들이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지의 약자들을 위한 봉사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민들레관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인 사회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인 해방신학자와 실천적 장로들이 남미 사회에 작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조현 기자

 

 

-『한겨레』서기 2014년 3월 5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