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사랑에 빠진 이의 노래

개마두리 2016. 9. 10. 14:00

그대의 흰옷이 살랑거리는 것이
마치 어린 나뭇가지가 노래하는 것 같네요.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까만 산맥 위에
서 있는 그대의 흰옷을 펄럭이게 하네요.
내 마음은 그대의 목걸이가 내는
소리도 들리네.
그 목걸이 소리는 그대만 따를 뿐,
돌아오지 않네.
멀리 떨어져 있는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세요?
연인이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게서 떨어져 살 수 없지요.
우린 서둘러 카디오로 가서 함께 살아요!
어머니의 자궁 속 쌍둥이처럼
한 씨족의 절반인 둘처럼
같은 산의 두 비탈처럼.
아무도 우리 두 사람 갈라놓지 못하게요!


- 소말리아의 ‘아파르’족 사회에 내려오는 시


(카디오 :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에서는 재판정이자 결혼식장을 뜻한다. 그러니까 “카디오로 가서 함께 살자.”는 말은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부부가 된 뒤 함께 살자.”는 뜻이다 - 인용자)


- 퍼온 곳(나온 곳) :『세계민족시집』(티보르 세켈리 엮음, 장정렬 옮김, (주)실천문학 펴냄, 서기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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