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누가 더 먹보인가

개마두리 2017. 5. 18. 09:48

하루는 아크바르 황제의 궁전에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황제는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다. 온갖 산해진미가 차려졌고, 신하들은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 은근히 서로 자리를 다퉜다. 하지만 아크바르 황제는 비르발 승상을 총애했으므로, 늘 그렇듯이 그를 옆자리에 앉혔다. 비르발 승상은 황제가 음식을 즐기는 동안 재치 있는 이야기로 시종 분위기를 즐겁게 했다.


식사가 끝나자 온갖 과일이 나왔다. 아크바르 황제와 비르발 승상은 큰 접시에 담긴 대추야자(대추처럼 생긴, 작은 야자열매. 아주 진한 단맛이 난다 - 옮긴이) 열매를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씨를 계속 발밑에 버렸다.


승상의 발밑에 쌓인 씨를 본 황제는 승상을 놀려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발밑에 쌓인 씨를 몰래 승상의 발밑으로 밀어 보냈다. 그리고는 갑자기 놀란 듯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승상, 경이 이토록 음식을 탐하는 줄을 몰랐소이다. 대추야자를 이토록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겠소?”


그러자 모두들 놀란 눈으로 비르발 승상을 바라보았다. 비르발 승상은 발밑을 내려다보다가 자신의 자리에는 대추야자 씨가 가득 쌓였는데, 황제의 발밑에는 하나도 없는 것을 알아내고는 곧 그것이 황제의 장난임을 알아차렸다. 황제는 승상이 이 난처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짓궂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비르발 승상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모든 사람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황제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폐하, 소신(小臣)이 음식을 탐한다는 것은 인정하겠사옵니다. 하지만 소신은 대추야자의 살만 먹고 씨는 뱉었는데, 폐하께서는 씨앗마저 삼켜버리셨군요.”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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