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냄새 값

개마두리 2017. 5. 18. 10:12

‘라이찬드’라는 인색한 장사꾼이 아그라의 장터에서 할와(인도식 단과자) 가게를 하고 있었다. 라이찬드의 가게는 온갖 종류의 맛있는 할와를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다.


‘볼라’라는 가난한 일꾼은 늘 이 가게 앞을 지나 일터로 나갔다. 가게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는 그를 유혹했지만, 그에게는 할와를 살 만한 돈이 없었다. 볼라는 그저 진열대 앞에 서서 할와를 바라보며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어느 날, 볼라는 여느 때처럼 이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문득 멈춰 서서 가게 맞은 편에 앉더니, 자신의 보잘것없는 점심인, 말라서 딱딱해진 짜파티(둥글고, 얇고, 납작한 인도의 빵 - 옮긴이)를 꺼내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할와의 냄새를 반찬 삼아 맡으면서 맛있게 먹었다.


“아, 오늘은 점심이 참 맛있구나!”


그래서 그날부터 볼라는 라이찬드의 가게 맞은편에 앉아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할와의 맛있는 냄새를 즐겼다.


어느 날, 라이찬드가 이것을 알고는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너는 왜 돈도 내지 않고 우리 가게의 할와 냄새를 맡고 있느냐?”


볼라는 놀라서 대꾸했다.


“냄새 값을 내라구요?”


“그래. 돈을 내지 않으면 어전으로 끌고 가서 고소하겠다.”


물론 볼라는 돈이 없었으므로, 라이찬드에게 끌려 궁전으로 갔다.


아크바르 황제는 라이찬드의 호소를 듣고 나서 비르발 승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라이찬드의 말이 맞습니다!”


승상이 이렇게 대답하자, 모두들 놀랐다.


“무슨 뜻이오?”


황제가 물었다.


“폐하, 라이찬드는 맛있는 할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들였습니다. 그는 좋은 냄새가 사람들을 끌어들여 할와를 사게 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볼라도 라이찬드에게 돈 냄새를 내야만 합니다.”


“그건 또 무슨 뜻인가요?”


라이찬드가 물었다.


그러자 비르발 승상은 볼라에게 금화를 한 닢 주고는, 그것을 라이찬드의 코앞에서 문지르게 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라이찬드는 그제야 자신의 인색함을 부끄러워하며 황급히 사죄하고 물러났다.


비르발 승상은 겸연쩍게 서 있는 볼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금화를 가지고 가게. 그리고 이번엔 냄새만 맡지 말고, 사 먹어야만 하네.”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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