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황제의 앵무새

개마두리 2017. 5. 18. 22:34

누군가가 아크바르 황제에게 아름다운 앵무새를 바쳤다. 황제는 그처럼 아름다운 앵무새는 처음 보았으므로, 매우 기뻐하여 금으로 만든 새장에 넣고 두 명의 시종에게 잘 돌보게 하였다.


“밤낮으로 이 새를 잘 돌보는 것이 너희의 임무다. 누구든지 짐에게 이 새가 죽었다고 아뢰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노라!”


두 시종은 성심을 다하여 새를 돌보았다. 그들은 새장을 항상 깨끗이 청소하고, 먹이를 잘 먹이고, 새의 시중을 드느라 자신들은 몸이 여윌 정도였다.


어느 날 밤, 새를 지키다가 두 시종이 모두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앵무새는 새장 안에서 죽어 있었다.


시종들은 겁에 질렸다. 그들은 황제께 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새가 죽었음을 알리는 자는 사형에 처하리라고 했던 황제의 말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온갖 궁리를 다 해보다가, 결국 비르발 승상을 찾아가서 호소했다.


“어떻게든 저희를 좀 살려 주십시오. 오직 각하만이 저희의 목숨을 구해 주실 수 있사옵니다.”


“걱정 말고 나한테 맡기게. 내가 가서 폐하께 아뢰겠네.”


다음날, 비르발 승상은 아크바르 황제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폐하, 좀 색다른 소식이 있습니다. 폐하의 앵무새가 말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눈은 감은 채 누워서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명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요? 짐의 앵무새가 죽은 것 아닌가?”


황제가 소리쳤다.


“짐이 몸소 가서 확인해 봐야겠소!”


황제는 승상과 함께 앵무새가 있는 방으로 갔다.


“아니, 이런, 경은 두 눈으로 멀쩡히 보고도 몰랐다고 할 거요? 새가 죽었잖소!”


황제는 노하여 승상을 꾸짖었다.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비르발 승상은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황제가 시종들에게 내린 명령을 되새겼다.


“폐하께서는 시종들에게 앵무새의 죽음을 알리는 날에는 그들을 처형하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폐하께 보고하지 못하고 소신을 찾아왔사옵니다. 소신 또한 앵무새가 죽었다고 아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폐하께서 직접 (앵무새의 죽음을 - 옮긴이) 말씀하시게 한 것입니다.”


그러자 아크바르 황제는 비로소 자신이 시종들에게 한 말이 지나쳤음을 깨닫고, 비르발 승상의 지적을 달게 받아들였다.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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