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산수 문제

개마두리 2017. 5. 18. 23:03

어느 날, 한 사두(걸식 방랑하는 힌두교 수행자)가 아크바르 황제의 궁전에 찾아와서 큰 소리로 말했다.


“폐하, 폐하께서는 ‘아홉 개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현명한 신하들을 거느리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시험하러 왔습니다. 한 분이라도 이 문제를 푸신다면, 무굴 제국의 영광을 위해 신의 축복을 빌어 드리겠습니다.”


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아크바르 황제는 선뜻 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사두가 문제를 냈다.


“밤중에 여행객 세 사람이 여인숙에 도착해서 방을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침대가 세 개인 방 하나밖에 없다고 하자, 그들은 거기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방 값으로 동전 서른 닢을 냈습니다.

                         
잠시 후에 정직한 주인은 방 값이 동전 스물다섯 닢 인데, 자신이 실수로 서른 닢을 받은 것을 알고는, 하인을 보내 다섯 닢을 손님들에게 돌려주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하인은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다섯 닢을 세 사람에게 똑같이 나눠 줄 수는 없으므로, 두 닢은 자기 호주머니로 슬쩍 빼돌리고는 나머지 세 닢만을 세 손님에게 하나씩 돌려 줬습니다.


자, 여기 문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전이 모두 서른 닢이었습니다. 두 닢은 하인이 가졌지요. 그리고 결국 스물일곱 닢이 방 값으로 지불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른 닢 가운데 스물일곱 닢은 방 값으로 나가고, 두 닢은 하인이 슬쩍 했습니다. 그러면 모두 스물아홉 닢인데, 한 닢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단순한 산수 문제인 것 같았지만, 답은 얼른 나오지 않았다. 신하들은 셈을 되풀이해 보았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모두들 난처한 얼굴로 비르발 승상을 쳐다보자, 결국 승상이 일어나서 말했다.


“성자님, 매우 간단한 문제로군요. 성자님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말을 복잡하게 돌려 놓으셨을 뿐입니다. 문제에 따르면, 세 손님들은 서른 닢을 내고 세 닢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그들은 스물일곱 닢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지요. 스물일곱 닢 ‘가운데’ 두 닢은 하인이 가로채고, 나머지 ‘스물다섯 닢’이 방 값으로 지불된 것이니, 돈은 사라진 게 아니지요. 이것은 단지 사람들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속임수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승상 각하! 잘 맞추셨군요.”


사두는 이렇게 말하고 아크바르 황제를 축복했다.


“폐하, 폐하는 무굴 제국의 가장 위대한 황제로 기억되실 것이며, 승상 각하의 명성은 널리 전해질 것입니다. 모두에게 축복을 ….”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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