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개마두리 2018. 12. 9. 20:13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샛바람 - 옮긴이)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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