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옛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명대사/문장들 7

개마두리 2022. 10. 30. 20:03

“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당신의 원수다. 그것은 당신을 억제하고, 억누르며, 억압한다. (당신은 –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당신의 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된다. 또한 말은 겨울 가지에 피어나는 설화(雪花. 눈[雪]꽃[花] → 눈송이/나뭇가지에 꽃처럼 붙은 눈발 : 옮긴이)와도 같다. 순백의 아름다움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숨긴다. 그것은 시체에 더하는 치장이며, 수의에 놓아진 자수, 관에 던져진 꽃송이와 같은 것. 말은 당신을 끝없이 쫓아다닌다.”

“역시, 설명은 실례(實例. 구체적인 실제[實] 본보기[例] - 옮긴이)를 보면서 듣는 것이 이해하기 쉽군요.”

- 8쪽


호위 대원들이 그를 안으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모양이었지만, 스카일램은 (빗속에서 – 옮긴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마 고국으로 달려가려는 자신을 가로막는 폭풍우에 대해 무언의 저주를 퍼붓고 있는 모양이다.

“저건 무모하다기보다는, 글쎄요. 폭풍우에 대해 항거하는 거지요.”

“항거 … ? 저렇게 서 있는다고 해서 폭풍이 잠들지는 않아요.”

“예, 물론이죠. 그저 기분이나마 항거하는 기분을 내는 거죠.”

“왜 그런 쓸모없는 행동을?”

“사실, 사람이 하는 짓에 ‘쓸모 있는 행동’이 몇 개나 될까요? 그저 그중 몇 가지에 자신이 생각해서 적당한 쓸모를 붙이는 거죠.”

- 15쪽


“어떻게 들어오게 한 거죠?”

“잘 설득했지요.”

“설득 … ? 아, 예. 조화를 이뤄가는 인간의 특기 말이지요?”

“윽, 예, 그거요.”

- 19쪽


“밤이 깊어감에 따라, 기분은 더욱 이상해졌다. 지독한 바람소리와 천둥 소리, 그리고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번쩍거리는 번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세상을 흔들어 대었고, 번개의 섬광, 밤의 암흑, 천둥의 단속음, 바람의 지속음, 어쨌든 총체적인 소리와 색채의 불협화음에 귀가 먹어 버리고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다. 침대에 드러누운 채 시트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지만, 이 얇은 시트는 세계의 횡포로부터 날 보호하지는 못했다.”

- 19~20쪽


“지독한 밤이 흘러가고 있었고, 흔들리는 주위의 환상. 우리를 제외하고 주위의 세계 전체가 마구 흔들리고 있었고, 그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암흑의 허공을 쉼 없이 느릿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 35쪽


“뭐가 보이세요?”

“임마(‘인마’ - 옮긴이), 하늘이 보이냐?”

“보이죠.”

“난 안 보인다. 하지만 내가 볼 수 없다고 해서, 하늘이 없겠느냐?”

- 41쪽


“어지러운 세상에(서 – 옮긴이),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순 없어.”

- 45쪽


“영원의 숲에서 ‘영광’이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 옮긴이) 없었다.>는 말로 고칩시다.”

- 55쪽 


“사라져도 좋습니까?”

“어차피 사라집니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사라질 때까진, 제대로 살아보렵니다.”

- 61쪽


(이야기가 – 옮긴이) 조금 통속적인 데가 있지요? 뭐, 통속적인 것들에도 많은 진리가 숨어 있긴 합니다만.”

- 66쪽


“인간들은 말로만 (왕을 – 옮긴이) 자신들의 ‘대표자’라고 할 뿐, 왕이 죽든, 아니 왕이 바뀌든 어쨌든 ‘종족으로서의 인간’은 영원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 나라야 바뀔 수도 있고, 왕조가 바뀔 수도 있지만, (인간이라는 – 옮긴이) 종족은 영원하지요. 따라서, 인간의 왕은 나라를 대표할 뿐이지, ‘인간의 대표’는 아닙니다.”

- 66쪽 


“왜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바이서스(소설 속에 나오는 나라의 이름 – 옮긴이)와 일스(역시 소설 속에 나오는 나라의 이름 – 옮긴이)의 이야기가 이렇게 다른 거지? 방언(사투리 – 옮긴이)이라는 그것처럼 이야기도 300년쯤 지나버리면 많이 바뀌어버리는 것일까?”

- 71쪽  


“모르겠어. 내가 과연 뭘까? … (중략) … 이날 이때까지 이룩한 것이 없어. 내가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미래는 (아직 당신에게 – 옮긴이) 다가오지 않았어요.”

- 79쪽


“<나>를 <나>와 구분하다니, 그것도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그렇소. 하지만 대화의 편의를 위해선 어쩔 수 없구려.”

- 88쪽


“음, 그러니까 우리 인간들은 서로가 다르다는 데서 존재감을 느낀다는 말이죠?”

“예, ‘개성’이라고 하던가요? 정확하게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101쪽


“살의, 살의?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를 죽이고 싶어하는 느낌? 솔직히, (그것을 – 옮긴이) 부인할 수가 없다.”

- 102쪽


“<자기 자신에게 죽임당한 자들>의 복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115쪽


샌슨은 밧줄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 밧줄이 끊어지면, 우리는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군.”

칼은 (그 말을 듣고 – 옮긴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 밧줄이 있는 이상, 우리는 언제든 저 아래에서 나올 수 있겠군.”

- 131쪽  


“<이렇게 하세> 다음에 나오는 말은 대개(大槪. 대부분 – 옮긴이)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경우가 많지요.”

- 156쪽


“<믿을 수 없는 맹방(盟邦. 동맹을 맺은 나라/동맹국 – 옮긴이)>이자, <견제하지 않는 적>.”

- 182쪽


“당신, (또 다른 – 옮긴이) 자신을 죽여버림으로써 기억을 잃었구려?”

“그렇군. 가련한 자. 또 다른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모조리 죽여버렸군. 그러곤 그 대가로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으셨군.”

- 192~193쪽


“우리는 ‘당신이 알지 못하는 당신’과 관계된 인물이오. 우리를 죽이고 싶소? 그래서 떠오르지 않는 과거를 그냥 묻어버리고 싶은 거요? 당신이 알지 못하는 당신과 만나게 될 가능성을 없애 버리고 싶은 것이오?”

- 196쪽


“검술이라는 것이 일부만 기억해서 되는 게 아니지.”

- 197쪽


“잊혀진 것은 과거일 뿐이오. 당신은 ‘현재’를 살고 있고, 그리고 미래는 오지 않았소. (비록 – 옮긴이) 많은 것을 잃었지만, 동시에 앞으로 가질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단 말이오. 왜 그걸 못 보는 거요!”

- 200쪽


“조용히 감시하는 것은 모두들 입을 다무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 222쪽


“나는 보았다. 그 빛의 포말(泡沫. 물거품 – 옮긴이)들 속으로 과거의 얼굴들이 지나가는 것을. 힘센 전사의 당당한 어깨가 보였다. 즐거워 노래 부르는 청년의 모습, 그리고 고뇌에 잠긴 노인의 모습, 울부짖으며 전장을 달려가는 전사의 피 묻은 검이 번득였다.

긴 밤을 지새우고 마침내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는 자의 피로한 얼굴이 보였다. 형제의 주검 앞에 오열하는 자의 모습이 보였다. 고귀한 얼굴, 슬픔에 잠긴 얼굴, 교활한 얼굴, 비통한 얼굴, 기쁨에 날뛰는 얼굴, 비장한 얼굴들이 있었다. (사람의 모습들 가운데 – 옮긴이) 어떤 것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희미한 과거의 음영. 단지 과거로부터 여기에 투영되는 그림자들처럼.

그리고 그곳엔 울음소리, 전장의 말발굽 소리, 달리는 전차(戰車. 옛 전쟁에 쓰이던, 말이 끄는 수레 – 옮긴이)의 소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겨울 아침 창가에 맺힌 서리를 닦아내는 소리, 여름날 대지를 두드리는 소나기 소리, 봄을 찬미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고, 쓸쓸한 가을 벌판의 쟁기질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난 그것을 정확히 보았는지(그리고 들었는지 – 옮긴이)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본 것은 그저 허공에 마구 반사되는 빛무리 뿐이었을지도. 내가 들은 것은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물소리였을지도.

그리고 주위가 하얗게, 혹은 완전히 검게 바뀌었다.”

- 233~234쪽


“손님의 예(禮. 예의/예절/예의범절을 줄인 말 – 옮긴이)를 아는 자는 (주인에게서 – 옮긴이) 좋은 대접을 기대할 수 있을 테지.” 

- 242쪽


“우리는 숨소리를 낼 소박한 자유마저도 박탈당했다.”

- 248쪽


“그가 바위라면, 폭포 속에 서 있는 바위일 것이다. 수백 년의 물살을 맞으면서도 깎여나갈 줄 모르는 자존심 강하고 고집 센 바위일 것이다. 깎여나간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 스스로가 원해서 물살에 실어 흘려보낸 것뿐이다.”

- 251~252쪽


“<테페리(소설 속에 나오는 신[神]의 이름 – 옮긴이)>께서는 그를 섬기는 ‘노예’를 원하시지 않아요. 노예를 원하셨다면, 인간 같은 것은 자격 미달이겠지요. 노예는 (자유인과는 달리 – 옮긴이)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 255쪽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이 싫어요!”

“도망다니고, 피해다니는 것이 싫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싫어요! 따뜻한 창 안쪽에 앉아 웃는 사람들이 싫어요. 자기들끼리 행복한 눈길을 보내면서, 나에겐 냉담한 사람들이 싫어요!”

“그걸 바라보다가, 고개 돌려 걸어가야 되는 것이 싫어요! 그 때 내 등 뒤에서 욕설을 던지는 것이 싫어요! 넘치는 행복은 조금도, 조금도 나눠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독식(獨食. ‘혼자서[獨] 먹음[食]’ → 독차지함/혼자서 다 차지함 : 옮긴이)하고, 자기들끼리만, 자기들끼리만! 그리고 욕설과 무표정은, 차가운 말은 모두 내 등에 던지는 사람들이 싫어요! 그런 사람들이 싫어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곤두세우는 제가 싫어요. 담장 위와 어둠 속만 찾아다니게 된 제가 싫어요!”

- 266쪽


“이런 말을 언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군요. 지금 그 말이 생각나고, 또 좋은 대답이 될 거라고 생각되어서 말씀드리니까, 잘 들어보세요.”

“나는 단수가 아니다.”

“그 간악한 녀석(대마법사 헨드레이크 – 옮긴이)의 말이로군.”

“예.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에요. 당신이 아까부터 우리 일행에게 던져온 질문, 아마 당신(드래곤 로드 – 옮긴이)은 우리(인간 – 옮긴이)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렇겠지요. 무례하다고 꾸짖지 않으시겠다면 설명드리겠습니다.

나는 하나가 아니에요. 따라서 당신은 아까부터 얼빠진 - 죄송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 돼요 -, 예, 얼빠진 질문을 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나의 ‘실수’를 설명해 주겠나?”

“당신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눠놓고는 선택하라고 질문하셨어요.”

“나눌 수 없는 것?”

“그래요. 당신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어서 질문하셨어요. 당신 보시기에는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서는(우리가 보기에는 – 옮긴이) 그렇지 않아요. 드래곤 로드께서는 샌슨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지요.”

“<샌슨의 가족(식구 – 옮긴이)들을 죽이겠는가, 샌슨을 죽이겠는가?> 조금 달랐을지 몰라도, 대충 그런 의미였어요. 하지만 그건 나눌 수 없어요.”

“어째서지?”

“샌슨은 하나가 아니니까. 

샌슨은 ‘헬턴트의 경비대장 샌슨’이고, ‘나(화자인 <후치> - 옮긴이)의 좋은 동료 샌슨’이고, ‘샌슨의 아버지 조이스 씨의 사랑하는 장남’이에요. (그리고 그는 – 옮긴이) ‘칼의 신뢰받는 길잡이’이고, 그리고 그 아가씨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인 샌슨’이에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샌슨이지요. 이런 식의 이야기도 들어보셨겠지요?

어쨌든 당신은 샌슨 하나를 살려주는 대신 그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말했지만, 그 가족들을 죽이면 샌슨도 죽는 셈이에요.”

“그래요. 그 모든 것이 샌슨이에요. 당신이 헬턴트 영지를 파괴하면, ‘헬턴트 경비대장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만약 – 옮긴이) 당신이 날 죽인다면, ‘후치의 동료 샌슨’을 죽이는 셈이구요. 당신이 조이스 씨를 죽인다면, ‘조이스 씨의 아들인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당신이 칼을 죽인다면, ‘칼의 길잡이 샌슨’이 죽이죠. 그리고, 그리고 그 아가씨를 죽인다면, ‘그 아가씨의 연인인 샌슨’을 죽이는 셈이라구요.”

“샌슨은 하나가 아닌가?”

“하나가 아니에요!”

“영원의 숲, 영원의 숲 아시죠? 거기서는 자신이 자신을 죽이게 되어요. 그러면 어떻게 되지요?”

“그건 안다만, 그것이 이 이야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말해 주겠나?”

(만약 여러 명의 자신으로 나누어진 채로 숲에서 – 옮긴이) 나가면, 그 사람은 사라져버려요! ‘나’라는 존재가 아무리 남아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잊어버리게 되면, 그 사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아직까지 그걸 모르세요?

‘나’라는 것은, 나라는 것은 이 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구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모든 것들에 다 내가 있어요. 그것이라구요! 그 모든 것을 모았을 때, 내가 있는 거라구요. 우리는 그렇게 살아요. 그것이 인간이에요!”

“그랬군 ……. 그럴 거라고 짐작했지. 이제야 확신을 얻게 되었군.”

“너희들(인간들 – 옮긴이)은 혼자가 아니로군.”

“그것이 나(드래곤 로드 – 옮긴이)와 너희들(인간들 – 옮긴이)의 차이였군. 그래서 루트에리노(소설 속에 나오는, 바이서스 왕국을 세운 임금의 이름 – 옮긴이)는 그렇게 나에게 달려들 수 있었군. 자신이 죽어도, 그의 나머지들은 다른 인간들에게 남아 있을 테니. 그리고 헨드레이크는 그렇게 무모할 수가 있었군. 그의 나머지 역시 다른 인간들, 그를 아는 인간들에게 남아 있을 테니까.”

“너희들이야말로 ‘불사(不死. 죽지[死] 않음[不] - 옮긴이)의 생명’이었군 …….”

“300년 만에 대답을 얻었군. 내 패배의 원인을 이제야 알게 되었군.” 

“드래곤(드래곤 로드 – 옮긴이)이여 ……, 당신은 혼자서 오롯한 생물이십니다.”

“그렇다네. 난 하나인 생물이지. ‘다른 피조물에 투영된 나’ 같은 것은 전혀(조금도 – 옮긴이) 이해하지 못한다네. 그래서 나의 죽음은 나라는 것 전체의 파멸이지.”

“당신(드래곤 로드 – 옮긴이)은 ……, 너무도 오랜 시간을 존재하는 분입니다. 당신에게 선사된 그 무한한 시간은 당신 개인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지요. 그러나 우리(인간들 – 옮긴이)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나누고 서로에게 자신을 건네야 됩니다.”

- 276~281쪽     


“<거대한 불은 거대한 불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자는 우둔한 자겠지. 덤불 깊은 곳에 숨겨진 미약한 불씨, 입김으로도 꺼뜨릴 수 있는 불이 온 세상을 태울 수도 있겠지.”

- 283쪽


“드래곤 로드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윤곽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없이 거대한, 그러나 과거에 속하는 무엇이 거기 있었다. 우리의 시간엔 존재할 수 없는 위대한 존재가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갑자기 지독하게 슬퍼졌다.” 

- 287~288쪽

 
“밧줄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올라가는 것은 내려올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 293쪽


“배낭 때문에 어깨가 뒤로 처지고, 들어올리는 팔은 너무도 힘들었지만, 밧줄에 끝은 있었다. 난 절벽 위로 올라왔다.”

- 293쪽


“드래곤 로드 ……. 직접 만나 보았지만 아직 감상이 정리되지 않는군요.”

“드래곤 로드는 태양이지.”

“그는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고, 그리고 그의 빛은 무서울 정도로 세계를 비추지. 그는 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슬기 – 옮긴이)와 권능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는 ‘바라볼 수 없는 존재’이며, 그 빛을 (남들에게 – 옮긴이) 강요하는 존재야. 그는 자신의 빛 때문에 오히려 다른 어둠을 바라보지 못하지. 그는 너무나 위대하기 때문에.”

“루트에리노 대왕은?”

“그는 달이지.”

“달이오?”

“우리가 어둠을 걸어갈 때, 달은 우리를 비추지. 그의 빛은 똑바로 바라볼 수도 있고, 바라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지. 그는 만물을 다스릴 정도로 위대하진 않을지 몰라도,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조력이 되고 희망이 되는 존재였지.”

“… (평범한 사람들인 – 옮긴이) 우리는요?”

“우리 말이오?”

“예. 우리, 뭐, 예. 우리요.”

“우리는 별이오.”

“별?”

“무수히(無數히. → 수 없이 : 옮긴이) 많고, 그래서 어쩌면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지. 바라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도 있소. 영원의 숲에서처럼 우리들은 서로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한 언제라도 그 빛을 잊어버리고 존재를 상실할 수도 있는 별들이지.”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줄 아오. 밤하늘은 어둡고, 주위는 차가운 암흑뿐이지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반드시 빛을 주지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별빛 같은 존재들’이지. 하지만 우리의 빛은 약하지 않소.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빛을 뿜어내지.”

“당신들 주위에 우리가 있고, 우리는 당신을 바라본다오. 그리고 당신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빛을 뿜어내고 있소.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존재들이오. 최소한(적어도 – 옮긴이)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상은.”

- 295~296쪽


“내가 바라보자, 별들은 나에게 빛을 주었다.”

- 297쪽


“당신의 이름이라는 것은 타인(他人. 다른[他] 사람[人] - 옮긴이) 속에 있는 당신일 뿐이다.”

“그러나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 옮긴이) 그 이름을 책임지는 것은 접니다.” 

- 300쪽


“어, 그런 소설 ……, 프리스트(Priest. 사제 – 옮긴이)나 수련사(수도사 – 옮긴이)들에게는 금서에 해당할 텐데, 신전에서 읽게 해줍니까?”

‘그런 소설’? 아, 창칼이 난무하고 살육이 상세히 묘사되는 거? 하긴 그덴 산(山)의 거인과의 싸움 ……, 확실히 프리스트나 수련사들이 읽을 만한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사제인 – 옮긴이) 제레인트는 담백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말할 것도 없이 – 옮긴이) 금서입니다. 그러니까 더욱 읽는 재미가 각별하더군요.”

- 311쪽
 

― 이상 모두 『 드래곤 라자 』 제 7권( 작은 제목 「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 」. ‘이영도’ 지음, ‘(주)황금가지’ 펴냄, 서기 1998년 )에서 퍼옴

― 단기 4355년 음력 10월 6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