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옛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명대사/문장들 9

개마두리 2022. 11. 20. 11:23

“봄도 아름다웠지. 여름도 즐거웠지. 

하지만 내 주위는 어느새 낙엽. 난 가을에 서 있네.

누구나 한번은 맞이하는 마법의 가을이여,

태양을 향해 달리는 말을 타고 나 동(東)으로 달렸네.”

- 19쪽

“검은 흙 위를 …… 추수의 들판을 …… 반짝이는 개울을 …… 황량한 산봉우리를 …….”

- 19쪽

“적막의 대지를 …… 고통의 바위 언덕을 …… 나 달리고 또 달렸네.”

- 20쪽 

 

“조언하겠어. 지금 …… 날 죽이는 것이 나을 거야.”

“왜지?”

“그러지 않으면 네가 …… 죽을 테니까.”

“그래? 누가 영원히 살 수 있지?”

“뭐라구?”

“널 죽이지 않는다고 내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 25 ~ 26쪽

“누가 시간의 수레바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단 말인가?”

- 26쪽

 

“영원히 살지는 못하지만 …… 영원히 죽을 수는 있지.”

- 26쪽

“보아야 안단 말인가? 안 보고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면, 뒤에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 28쪽

“차라리 죽고 싶다 ……. 빌XX을! 웃기지 마! (난 –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아직은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아 있을 거야!”

- 30쪽

“네놈을 아무리 노려보아도 감정이 일어나질 않아.”

“감정?”

“넌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다, 이 꼬마 녀석아. 아무리 쳐다보아도 감정이 일어나질 않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날 안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인데, 그런데 마주보고 있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을 보는 것이 ……, 그것이 어떤 것인지. 이건 완전한 타인을 보는 것과 달라. 감정이 전달되어 오고 눈빛이 전달되어 오는데, 난 아무런 기억이 떠오르질 않아.”

- 33쪽

“내게서 무슨 정보를 긁어내려면, 너도 아는 것을 말해야 할걸.”

- 35쪽

(내게 – 옮긴이) 질문을 하려면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

- 35쪽 

“잠깐, 이거 좀 묻자. 그 의식에 동원된 꼬마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뭐라구? 어, 글쎄, 잘 모르겠는걸. 전(前)신앙이 발달해서 신앙이 되는 거니까. 음. 아마 평생 동안 회의적인 인간이 되겠지. 무엇에 대한 신뢰나 믿음을 가지기 어려운 인간.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

“이런 ……, 맙소사! 그런 잔인한 일을?”

“그게 어때서. 고대 의식에서는 아이들을 통째로 제물로 삼는 경우도 있는데. 훨씬 ‘신사적인 방법’이군, 그래.”

“설마 그거 진심은 아니겠지?”

“진심이야.”

“이 때려죽일 가짜 성직자야!”

“뭐라구?”

“아무것도 못 믿는다며? 부모(어버이 – 옮긴이)도 못 믿고, 애인(연인 – 옮긴이)도 못 믿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못 믿으면서 평생 동안 (그렇게 – 옮긴이) 살게 만드는 것이 ‘신사적인 일’이라고! 그게 성직자의 입에서 나올 소리냐?”

 

- 41쪽

“살아가는 데 뭐 특별하게 고상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

“고상한 방법은 없더라도, 더 비참한 방법은 있어!”

- 41쪽

“무지(無知)와 자유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자유는 그것을 인식하고 추구할 줄 아는 자에게 의미가 있는 거야.”

- 46쪽

“머리가 달렸다면, 생각하는 데 써! 투구나 모자걸이로 사용하지 말고!”

- 46쪽

“일어나, 멍청아. 도와주는 것은 …… 한계가 있어. 결국엔 자신의 다리로 달리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도와주는 것은 소용이 없어!”

- 54쪽

“세상에 이유(까닭 – 옮긴이)​없이 태어나는 존재는 없다. 모두는 서로에게 의지한다. 그것이 세상이다.”

 

- 67쪽

 

“박쥐들이 보기 싫다고 해서 모든 박쥐를 없애버리면, 그 다음 날 곧장 세상의 곤충들이 훨씬 늘어나 버릴 것이다. 그 곤충들 때문에 …… 다른 동물들이 죽어갈지도 모르지.”

- 67쪽

“떠들 힘이 있으면, 움직여! 죽든 말든 상관없어. 알아? 네가 죽든 말든 상관없다구! 하지만 내 눈앞에서 죽는 것은 안 돼. 절대로 용납 못해!”

- 70쪽

“정신 차려어!”

“그 …… 커다란 입 좀 …… 다물어라, 주위의 오크란 … 오크는 다 몰려 … 오겠다.”

“얼씨구? 지금 네가 날 걱정해? 그럴 기운 있거든 네 걱정이나 해! 절대로 내 눈앞에서 죽어 넘어지게 놔두지는 않겠다, 이 빌어먹을 놈아! 널 살려서, 그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참회하게 만들겠어! 너의 모든 기억을 돌려주고 말겠어!”

- 70쪽

“차갑고 맑은 정신 때문에, 통증은 더욱 고약하다.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일 뿐이다.”

- 72쪽

“뭘 위해 살지? 당신은 과거를 잃은, 불완전한 현재만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간의 미아. 현재는 과거라는 기단(基壇. 건축물이나 비석의 기초가 되는 단 – 옮긴이) 위에 서 있는 탑이지. 하지만 당신의 ‘탑’은 기단 없이 허공에 떠 있었어. 고집과 억측으로 과거를 만들어내는 것에도 실패해 버리고, 그렇게 쓰러져,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지?”

- 73쪽

“내 이름은 (내가 – 옮긴이)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 아니었지. 난 내 이름을 부를 일이 없어. 내 이름은 항상(늘 – 옮긴이) 다른 사람의 것.”

- 74쪽

“여러분! 여러분들은 저를 ‘칸 아디움(소설 속에 나오는 도시의 이름 – 옮긴이)의 수호자’라고 불렀지만, 그 명예로운 호칭은 엉뚱한 자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이 도시를 정녕 사랑하고, 오늘 사랑했던 것처럼 내일도 사랑하며, 이 도시를 일구어나갈 (시민 – 옮긴이) 여러분들이야말로 칸 아디움의 수호자입니다!”

- 95쪽 

“기억이 불분명한 사람이 과연 능숙한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잘못된 기억을 가질 수는 있겠지. (소설이나 역사책을 비롯한 – 옮긴이) 책에서도 그렇지만, 중간 부분이 빠져버리면 전체 이야기는 전혀(완전히 – 옮긴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일이 많다네.”

- 102쪽

“바보는 …….”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

“범부(凡夫. ‘평범한[凡] 사내[夫]’ → 평범한 사람 : 옮긴이)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

“현자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

- 107쪽

“앞을 보면서도 뒤에 따라오지도 않는 추적자를, 혹은 자신의 과거, 어제의 실수 따위를 생각하면서 진구렁에 발을 빠뜨리는 사람이 있다면, 넌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를 거지?”

“바보 … 지?”

“그래. 바보는 마치 곰곰이 생각하기만 하면, 지나간 실수가 바로잡아질 것처럼 믿지. 과거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 완전히 고정된 것인데 말이야.”

“그럼 범부는?”

“범부도 어떤 의미에선 바보와 마찬가지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간 실수를 생각해서 앞으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범부, 보통 사람일 뿐이지. 하지만 범부라고 해봐야 결국은 그 사람도 과거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야. 바보든 범부든 과거라는 시간의 산물이지. 바보는 그것에 매달리고, 보통 사람들은 그것에서 배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

“그럼 … 현자는?”

“현자는 과거의 시간과 상관없는 존재가 현자야. 그는 현명하므로, 과거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미래를 깨달을 수 있지. 사실 이런 사람은 드물지. 핸드레이크나 그렇게 불릴 수 있을까?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역사책을 읽지 않아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왜냐하면 …… 그들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하니까. 여기서는 사실 ‘앞’이라는 말과 ‘뒤’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거야. 음, 그러니까 레니(소설에 나오는 소녀의 이름 – 옮긴이), 넌 지금 나(화자인 ‘후치 네드발’ - 옮긴이)의 앞을 보고 있지?”

“그렇지.”

“그렇지만 만일 네가 내 앞 모습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것을 생각해서 볼 수 있다면, 넌 현자인 셈이지.”

“아 ……, 그래?”

“그래.”

- 109 ~ 110쪽

“정말 소문이라는 것은 대책이 없는 것이로군.”

- 134쪽

“우리 일들이 모두 순조롭게 끝나면 …… 어떻게 되는 거니? 우리들 모두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까?”

“미래요? 난 그 친구와는 소원(疏遠. 지내는 사이가 두텁지 않고 버성김. 서먹서먹함 – 옮긴이)한 관계인데.”

“그럼 넌 어떻게 되겠니?”

- 139쪽

“우린 너무 큰 일에 휘말려버렸으니까, 예전에 살아가던 방식으로 내일을 살아가긴 어렵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침대에서 눈뜰 때부터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힐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거잖아요.”

- 140쪽

“사랑과 증오는 둘 다 상대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반응을 통해 자신을 찾을 수 있지요.”

“무슨 말이니?”

“모든 사람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관계도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감정과 관계는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축적되는 것 아닐까요. 뭐, 그걸 ‘개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고.”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음, 그런데?”

“우리는 이 몸 안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의 기억 – 옮긴이)​​ 속에 있는 ‘나’ 전체를 합친 것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우리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지요. 관계 중에 대표적인 것이라면, 아마 사랑과 증오겠지요. 그런데 사랑과 증오 중에서 더 빠르고 손쉬운 것은 증오지요. 사랑은 어차피 개인주의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겐 ‘어려운 일’이지만, 증오는? 아주 쉬워요.”

- 140 ~ 141쪽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

“세상이 한 인생에 대해 부리는 ‘횡포’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는 세상을 – 옮긴이) 비웃어주지요.”

“뭐라구?”

“비웃어준다구요.”

“…… 그래.”

- 142쪽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지독한 운명인가!”

- 143쪽

“미래를 가린 장막은 아침 안개와도 같아, 두껍디두꺼우면서 모든 것이 희미한 법.”

- 144쪽

“대개 뼈저린 실패란 ‘완전 무결한 준비를 갖추었다.’ 고 믿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야.”

- 149쪽

“알아서 될 게 있고, 알면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일세.”

- 153쪽

“<도와주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좋수다. 그 마음 계속 간직하는 것이 좋겠군.”

- 155쪽

“눈을 떠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꼭 생각해 봐야 된다는 것도 참 웃기는 일이다. 자신의 집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 같은 것은 전혀 이해를 못하겠지. 하지만 매일같이(날마다 – 옮긴이) 새로운 잠자리에서 잠들고, 낯선 곳에서 눈뜨는 사람은 꿈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올 때마다 그것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되는 법이지.”

- 165쪽

“대로(大路. 큰[大] 길[路] → 폭이 넓은 길/큰 길 : 옮긴이)에 그려지는 둥근 파문들. 지붕들 위쪽으로 튀어오르며 그려지는 희미한 하얀 물방울의 안개, 긴 어둠 속의 여행에 반쯤 졸고 있다가,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붉은 범위 내로 흘러들어온 빗방울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비튼다. 그 순간의 반짝임은 아쉬울 정도다. 가로등 아래에 무수한 빗방울들이 무도회를 열고 있다. 무도회의 주된 테마(theme. 주제곡 – 옮긴이)는 ‘중력과의 대화’.”

- 166쪽

“반란? … (중략) … 하긴 ‘모두 어려울 때 협동하자.’는 것은 어디까지나 말뿐이지요. 반란이나 폭동은 왜 모두가 어려울 때 일어나야 되는 건지.”

- 194쪽

“우리나라의 고민은, 우리나라에서 해결해야 해.”

- 214쪽

“자기가 할 줄 모른다고 해서, 그 일을 비난하는 것은 ‘다시 없는 바보’라고 전해 줘.”

- 230쪽

“죽었다 깨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꼭 – 옮긴이) 죽을 필요는 없다고 전해 줘.”

- 231쪽

“제 생각입니다만, 왕자님께서 ‘행실(行實. 일상에서 하는 행동/품행 - 옮긴이) 바른 왕자’라는 평을 받기 위해 특별히 애쓰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세상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 250쪽

“그의 불행은 하나같이 그의 책임 밖의 일이었고, 이젠 그는 너무 오래 미뤄두었던 행복을 되찾아야 합니다.”

 

- 263쪽

“난 그의 최후에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웃어줄 거요. 지금은 그때를 생각하며 참고 있을 수밖에 없군요.”

- 264 ~ 265쪽

“이야기는 긴 편이 좋습니다만, 행동은 빠른 편이 나을 때가 많지요.”

- 268쪽

“독수리와 들개는 같이 시체를 먹는다.”

- 271쪽

“저 불길은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만.”

“상관없습니다. 해가 좀 더 높아지면 온기도 되살아날 테니까요.”

- 278쪽

 

“제 손 닿는 일, 제 손을 필요로 하는 일, 제 손에 맡겨진 일을 해야 되니까요.”

- 281쪽

“감당할 수 없이 넓은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은 겨울밤, 벽난로 속의 장작개비에서 비쳐나오는 붉은 빛으로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 297쪽

“잘 지냈소?”

“그다지 ……, ‘완전히 조각난 사내’는 어떻게 지내야 잘 지내는 것인지 모르겠소.”

- 305쪽

“자아의 기반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라면,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겠지요. 오로지 그것에 매달리든가, 아니면 그것마저 버리든가.”

- 306 ~ 307쪽

“ …… ‘보다 낮은 무엇’이 된 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308쪽

“왜 드래곤 라자(소설 속에 나오는, 인간과 드래곤을 중개하고 드래곤에게 인간을 위해 일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인간 – 옮긴이)뿐이지? 엘프 라자도 없고, 드워프 라자도 없어. 오크 라자도 없지. 왜 드래곤 라자뿐이지?”

“그거야 ……, 드래곤은 자신들보다 저급한 다른 생물들과 의사 소통하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잖습니까?”

 

“그럼 인간과 드워프, 인간과 엘프는 모두 평등한가 보군?”

“글쎄요. 당신의 말을 듣고 있자니, ‘평등하다’는 말이 혼란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는군요.”

- 317쪽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당신들이 꼭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요.”

- 322쪽 

― 이상 모두 『 드래곤 라자 』 제 9권(‘이영도’ 지음, ‘(주)황금가지’ 펴냄, 서기 1998년)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