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장마를 다룬 인도 민중시인의 시 - [수바시따]에서

개마두리 2011. 12. 9. 20:06

 

 

*장마

 

큰 물이 지면(홍수가 나면 - 옮긴이)

방안의 밥상은 거북이 되고

빗자루가 물고기 되어 떠다닙니다.

 

국자는 뱀대가리처럼

애들을 놀라게 하는데

아내는 떨어진 키를 머리에 쓰고

폭포가 되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벽을 향해 쭈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오, 나랏님!

비 오는 밤이면

우리집은 웅덩이가 됩니다.

 

― 인도의 산스끄리뜨 시집인 『수바시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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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 옛날 농촌에서 쓰던, 곡식 낟알과 모래를 골라내는 도구. 이 도구 위에 거둔 곡식을 싣고 몇 번 '털어 올려서' 그 안에 섞인 먼지나 돌, 모래를 떨어낸다.

 

*'수바시따' : 산스크리트 말로 '명언名言'이라는 뜻. 지은이를 모르며 대부분 삶의 모순이나 인간의 본성을 풍자하는 시詩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종교 권력이나 부자, 권력자들의 횡포를 폭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