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어느 무슬림 남성의 말

개마두리 2012. 8. 27. 08:09

 

“나는 채찍으로 족한 것을 칼로 풀지 않고, 혀로 족한 것을 칼로 풀지 않고, 혀로 족한 것을 채찍으로 풀지 않는다. 나는 동지(同志)와 나를 잇는 끈이 단 한 가닥이라도 있는 한, 그것을 끊지 않으리라. 그가 (끈을 - 옮긴이) 당기면 나는 늦춰주고, 그가 늦춰주면 나는 당긴다.”

 

- 서기 661년(헤지라 40년[또는 헤지라 41년])에 칼리파가 된 ‘무아위야(수니파 아랍 무슬림)’의 말

 

* 옮긴이의 말 : 그러니까 ‘가벼운 벌’을 내리면 되는 죄를 잔인하게 처벌하지 않고,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전쟁으로 해결하지 않고, ‘말’로 타이를 수 있는 죄인을 매질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설령 동료나 동지에게서 못마땅한 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들과 자신에게 ‘닮은 점’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 또는 그들에게서 찾아낸 ‘좋은 점’이 있다면 - 관계를 끊거나 헤어지지 않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무아위야는 ‘상대방이 나에게 어떻게 구느냐에 따라 내가 그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 헤지라 : 이슬람교의 달력. ‘거룩한 피난’이라는 뜻이다. 이슬람교의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자신의 적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달아난 사실을 기리는 달력이다. 서기에서 621년을 빼면 헤지라가 된다. 참고로 서기 2012년은 헤지라 1391년이다. 이슬람 사회는 고려나 조선사회처럼 음력을 쓴다.

 

* 수니파 : 이슬람교의 한 갈래. 오늘날 무슬림 가운데 90%는 수니파다. 시아파나 수피즘과는 사이가 안 좋다.

 

* 칼리파 : 수니파 이슬람 사회의 최고 지도자. 동아시아의 천자(天子 : 황제)와 서유럽 기독교 사회의 교황이 하나로 합쳐진 자리라고 보면 된다. 원래는 무슬림들이 모여 의논하고 토론한 뒤 투표로 뽑았으나, 나중에는 사실상의 군주제로 바뀌어 세습되었다. 동아시아 식으로 말하자면, ‘아미르(에미르)’는 영주고 술탄은 왕(王)이고 칼리파는 황제다. 서기 1923년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 튀르키예(터키의 정식 국호)가 공화국이 되면서 술탄과 칼리파를 겸했던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망명했고, 이로써 칼리파 제도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