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인종과 겨레와 믿음에 대한 독일인 계몽사상가의 생각

개마두리 2012. 9. 13. 04:49

(우리 사이에) 피부색이나 옷차림, 생김새의 차이는 있지요. … 그런 다른 점은 대수로운 게 아닙니다. … 서로 헐뜯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나무도 저 혼자 땅 위에 우뚝 솟은 것처럼 뽐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반드시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 당신이나 저나 (태어날 때 자신이 속하게 될 - 옮긴이) 겨레를 고르진 않았어요. 우리가 ‘우리 겨레’입니까? 겨레란 대체 뭡니까? 유태교인(유태인 - 옮긴이)이나 기독교인은 인간이기 이전에 유태교인이고 기독교인인가요? 아! (제가 - 옮긴이) 기사님에게서 ‘인간인 것으로 족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현자 나탄』2막 5장에서, 주인공 ‘나탄’이 성전기사단(聖殿騎士團. 템플기사단이나 ‘템플러 나이츠’라고도 함) 단원인 기사에게 한 말.

 

이 기사는 “기독교를 위해 싸우다가 죽겠다.”고 다짐하고 십자군 전쟁에 끼어들었으나, 무슬림인 살라딘에게 사면받고, 유태인인 레하(나탄의 딸)을 구한 뒤 혼란스러워한다(기독교와 유태교는 서기 1945년 이전 -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 - 에는 사이가 안 좋았다).

 

▶『현자 나탄』(고트홀트 레싱 지음, 윤도중 옮김, ‘지식을 만드는 지식’ 펴냄) :

 

레싱이 쓴 희곡. 서기 12세기 말의 팔레스타인을 무대로 삼는다. 기독교인인 기사와, 무슬림인 살라딘과, 유태인 현자 ‘나탄’이 나오며, 나탄의 입을 빌려 “우리 각자는 민족으로 갈라지기 전에 인간이다, 인간인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김태권 화백의 풀이)라고 주장하고,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진짜 반지, 즉 참된 믿음이 아니다.”(김태권 화백의 풀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또 이 작품은 ‘기적’이라는 것이 초자연적인 일이 아니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레싱은 이 작품을 서기 1779년에 발표했다.

 

▶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

 

서기 1729년에 태어나 서기 1781년에 세상을 떠난 독일 백인 지식인. 계몽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괴체’라는 목사와 논쟁한 뒤, 기독교 교회의 압력을 받아 종교 문제를 다룬 글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되자, 대신 희곡을 써서 발표했다. 주요 작품으로는『현자 나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