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농담 한 토막

개마두리 2012. 9. 18. 22:52

세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숲길을 걷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은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요원이었고, 두 번째 사람은 KGB 요원이었으며, 세 번째 사람은 ‘신 베트’ 요원이었다.

 

그들은 토끼가 나무 사이로 뛰어들어가는 걸 보았고, 누가 그 토끼를 가장 빨리 잡는지 내기했다.

 

먼저 CIA 요원이 숲으로 들어가 10분 만에 토끼를 잡아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토끼를 놔 주었다.

 

이번에는 KGB 요원이 숲에 가서 5분 만에 토끼를 잡아서 돌아왔다.

 

신 베트 요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KGB 요원에게 “그 정도는 ‘껌’이지. 어서 토끼나 놔 줘.”라고 말했고, 곧 토끼를 쫓아갔다.

 

다른 두 사람은 그를 기다렸는데, 그는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CIA 요원은 “뭔가 잘못된 것 같아.”라고 말한 뒤 KGB 요원에게 숲에 들어가서 신 베트 요원을 찾아보자고 덧붙였고, KGB 요원은 그러자고 대답했다.

 

둘은 숲 속에서 신 베트 요원을 열심히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길래 걷고 또 걸어서, 숲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마침내 그들은 누군가가 고함치는 소리와, 비명을 들었다.

 

긴장한 두 사람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 ↓

 

신 베트 요원이 숲속의 공터에서 당나귀 한 마리를 붙잡아서는, 그 녀석의 목에 끈을 매달고 그것을 왼손으로 붙잡은 채 오른손으로 따귀를 때리며 “네가 토끼라고 자백해! 토끼라고 자백해!”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 ‘조 사코’ 화백이 인용한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농담

 

* 출처 :『팔레스타인』(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글논그림밭’ 펴냄, 서기 2002년) 114쪽. 참고로 사코 화백은 이 이야기를 서기 1992년에 들었다. 만화는 서기 1992년 이후에 나와 서기 2001년에 다시 인쇄되었다.

 

* 조 사코 :

 

몰타 공화국(지중해의 섬나라. 리비아와 시칠리아 섬 사이에 있다. 남유럽에 속한다)에서 태어나 살다가 2차 대전 중에 탈출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오리건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미국 시민이자 남성이며, (본인의 말에 따르면) “얼치기 천주교 신자”고, 만화가이자 언론인이다. 다른 기자들과는 달리 ‘글’이 아니라 ‘만화’로 기사를 만들어 진실을 알린다.

 

주요 작품으로는『팔레스타인』과『안전지대 : 고라즈데』(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만화),『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망록』이 있다(모두 만화책이고 우리말로 옮겨졌으므로, 꼭 찾아서 읽어보기 바란다!).

 

사코 화백은 팔레스타인 아랍인인 만화가 ‘나지 알 알리’ 씨가 그린 만화를 모은 책인『팔레스타인의 아이 : 나지 알 알리의 카툰』에 (책을 소개하는) 서문을 쓰기도 했다.

 

사족 하나만 더, 그는 바라트(인도) 사회를 좀먹는 문제인 달리트(불가촉민) 차별을 비판하는 만화(빔 암베드카르 박사를 다룬 만화『버려진 자들의 영웅』)를 칭찬하기도 했다(이 만화도 꼭 구해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인도는 정신과 영혼의 나라’라는 말이 얼마나 사실과 동떨어진 거짓말[!]인지 알게 될 테니까).

 

* KGB :

 

소련(서기 1917년 ~ 서기 1992년까지 있었던 공산주의 국가. 정식 국호는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 - 줄여서 ‘소련蘇聯’ - 이다. 오늘날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벨로루시, 그루지야[조지아], 아제르바이잔, 하야스탄[아르메니아]을 포함하는 넓은 땅을 다스렸다. 이 나라가 무너진 뒤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과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과 벨로루시가 독립했다)의 첩보기관. CIA의 적수였다. 러시아 말로는 ‘게페우’라고 불리었다. 국내를 감시/도청/검열하고 소련 공산당에 반대하는 인사를 잡아들였으며 위성국가(예컨대 동유럽의 여러나라)들이 소련에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억압했다.

 

* 신 베트 :

 

시온주의자(Zion主義者. 시오니스트Zionist. 유태 민족주의자. 정통 유태교와는 달리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민족주의인 시온주의[시오니즘]를 내세운다)들이 만든 첩보기관. 한국으로 치면 중앙정보부(오늘날의 국가정보원)다(나는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선주민을 총칼로 죽이거나 내쫓은 뒤, 멋대로 선포한 시온주의자의 괴뢰정권을 ‘이스라엘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잡아온 사람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더니 지붕 위에 묶”고, 그가 “네 시간” 동안 “비”에 젖게 내버려두거나, 그의 “어머니와 누이들을 강간하겠다고, 그리고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거나, 피의자를 벌거벗긴 뒤 차가운 감방에 내던지고, 몽둥이로 때리고, 목을 조르고, ‘아랫도리’를 짓밟는 일을 한 뒤, “법정”에서는 “그에게 차(茶)와 커피를 대접했습니다.”라고 주장하거나, 여성 피의자에게 “온갖 추잡한 욕설”을 퍼붓거나, “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는 ‘관’에 피의자를 가두고 그가 “다리가 부어”오를 때까지, 그리고 “기절”할 때까지 고문하거나, 피의자가 “벽에 기대면” 때려서 자세를 ‘바로잡게’ 하던가, “오물투성이인 감방 속”에서 “변기나 화장지”도 안 주고 버티게 하던가, 아랍 문화를 들먹이며 여성 피의자를 협박하던가, “강간 위협”도 하는 걸로 악명이 높다(조 사코 화백이 취재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증언). 이 기관에서 고문받다가 “심리적 압박, 체력의 고갈, 극한인 기온 등”으로 “심장 발작”을 일으켜 죽은 사람도 있다(미국인 병리학자의 증언).

 

이 기관은 고문을 ‘적당한 압력’이라고 부른다(아, 이 역겨운 언어의 왜곡이여!). 끌려온 피의자가 “저혈압”이라서 “끈을 느슨히 묶어둬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면? 그들은 그를 끌고가서 “전에 없이 꽁꽁 묶”는다. 그에게 “어깨로” “갈기고” “잡아 흔들고” “이젠 심장이 작살날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 조직에 속해 있다. 그들에게 당신을 “오줌으로 가득찬 너비 1.2 미터의 정사각형인 공간”에 가두는 건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