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비관주의와 긴장이 필요한 까닭

개마두리 2012. 10. 25. 21:15

 

쾌활하게 생활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고 해도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데는 심리학자 줄리 노럼(Julie Norem)이 말한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

 

조종사만 최악의 사태를 그려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운전자도 그렇다. 아무도 차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가정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보다 부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가 단번에 낙관적 진단을 내놓기보다는 부정적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검사하기를 원한다. 마음의 문제도 마찬가지여서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는 부정성과 의심을 권장한다. 마음에 드는 남자 친구를 끌어당기기 위해 철저히 긍정적인 관점을 갖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조언을 해 주는 칼럼니스트에게 배우자의 부정이 의심된다는 글을 보내면 그런 경고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되 문제에 솔직하게 맞서라는 답을 받게 될 것이다.

 

자녀를 키울 때에도 높은 수준의 경계심이 요구된다. 10대들이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위험한 성관계를 삼가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함을 넘어 무관심한 것이다.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에게 이 세상은 지뢰밭이다. 아기가 삼킬 수도 있는 조그만 플라스틱 장난감 부품, 오염되었거나 건강에 해로운 음식, 쌩쌩 달리는 자동차, 소아성애자, 사나운 개 등 곳곳에 재앙이 잠복해 있다. 부모는 아이를 소아과에 데리고 갈 때 아픈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대기실에서 재미있는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겠지만, 그렇다고 아기방이 갑자기 조용해졌을 때 아이가 베이비 아인슈타인을 가지고 공부하는 중일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장난치다 서로 목을 조르는 장면, 전기 콘센트에 포크를 꽂는 장면을 시각화하자. 그래야 우리의 유전자를 재생산할 수 있다.

 

-『긍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서기 2011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