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나오면
일곱 번 다시 태어나세요 -
불난 집에서 한 번,
눈보라 치는 빙원(氷原. 얼음벌판 - 옮긴이)에서 한 번,
광란의 정신병원에서 한 번,
바람이 몰아치는 밀밭에서 한 번,
종이 울리는 수도원에서 한 번,
비명을 지르는 돼지들 가운데서 한 번,
여섯 아이가 울지만 충분하지 않아요 -
당신 자신이 일곱 번째여야 해요!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때
당신의 적이 일곱 사람을 보게 하세요 -
일요일에 일하지 않는 사람,
월요일에 일을 시작하는 사람,
보수(대가 - 옮긴이) 없이 가르치는 사람,
물에 빠져 수영을 배우는 사람,
숲을 이룰 씨앗이 되는 사람,
야생의 선조들이 보호해주는 사람,
하지만 이들의 비결 전부로도 충분하지 않아요 -
당신 자신은 일곱 번째여야 해요!
당신의 여자를 찾고자 하면
남자 일곱을 그녀에게 보내세요 -
말보다 가슴(심장이나 마음? - 옮긴이)을 주는 남자,
자신을 돌볼 줄 아는 남자,
꿈꾸는 사람을 자처하는 남자,
그녀의 스커트로 그녀를 느낄 수 있는 남자,
호크와 단추를 아는 남자,
단호히 행동하는 남자,
그들이 파리처럼 그녀를 맴돌게 하세요 -
당신 자신은 일곱 번째여야 해요
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세요
하지만 시인 안에는 일곱 사람이 있어야 해요 -
대리석 마을을 짓는 사람,
꿈을 꾸도록 태어난 사람,
하늘의 지도를 그리고 하늘을 아는 사람,
언어의 부름을 받는 사람,
자신의 영혼을 책임지는 사람,
쥐의 간을 해부하는 사람 -
(이 사람들 가운데 - 옮긴이) 둘은 담대하고 넷은 슬기로우니
당신 자신이 일곱 번째여야 해요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면
당신은 일곱 사람으로 묻히리니 -
(중략)
빈 접시들을 내던지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이기도록 도와주는 사람,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는 사람,
밤새도록 달을 바라보는 사람, 그러면
세상이 당신의 비석이 될 거예요 -
당신 자신이 일곱 번째라면.
- 헝가리 시인인 요제프 아틸라(‘아틸라 요제프’는 이 이름을 서유럽 식으로 뒤집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시인의 성[姓]은 ‘요제프’고 이름은 ‘아틸라’인데, 헝가리에서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처럼 성을 먼저 부르고 이름은 나중에 부른다)의 시
- 출처 :『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아티초크 펴냄, 서기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