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서리

개마두리 2014. 12. 21. 21:15

가을은 거칠고 음울했다.

이제 곧 서러운 눈이 내릴 것 같다

된서리가 맑은 유리창을 두드린다

계절은 성마르다

 

은행가들과 장군들의 계절

지금 이 시대

망치로 다져진 이 추위

발광 신호등의 시대 칼의 시대

 

무장한 하늘에 쇳소리가 절거덕거린다

서리는 폐부(肺腑. 허파 속 - 옮긴이)를 꿰뚫고

누더기 안 맨가슴을 찌른다

시간의 수레바퀴가 삐걱거리며 돌아간다

 

창문 너머에 묵묵히 쌓여 있는 차가운

통조림과 빵 덩어리

첩첩 쌓인 냉동식품

쇼윈도의 계절

 

사람들이 소리친다. “그 돌 좀 줘!

그 쇠파이프 좀 줘!

죽여! 짓밟아! 갈겨!”

요즘 세상 참 -

 

- 요제프 아틸라의 시

 

 

- 출처 :『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아티초크 펴냄, 서기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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