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간(肝)

개마두리 2015. 3. 7. 22:05

바닷가 햇빛 발린 바위 위에

젖은 간을 펴서 말리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달아난 토끼처럼

둘레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훔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밑바닥에 가라앉는 프로메테우스.

 

- 윤동주 시인의 시

 

* 출처 :『동주/육사/상화』(박시교 엮음, 삼중당[三中堂] 펴냄, 서기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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