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식물의 속도

개마두리 2019. 1. 27. 20:35

키가 작은 식물을 재촉하지 말라
그는 바람이 부는 속도대로 자란다

초록이란 초록은 모두 머금고
벌레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느림을 숙명처럼 연주하고 있다


한때 그늘이 좁았던 나무도
천년이 지나면 거목이 되듯이
나무를 통과한 시간은
또다시 바람으로 불어온다
느림의 선율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자라는 어떤 것은
느리게 내버려 두어라
그것의 소리가 여름보다 아름답다.


- ‘정태호’ 님의 시(서기 2018년 시민공모작)


→ 지하철 역 안전문(‘스크린 도어’의 바른 이름)에 붙어 있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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