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琉璃廠. 제하[諸夏] 북경[北京]시에 있는 거리. 온갖 재화와 서적을 파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근세조선의 사대부들에게는 서양과 청의 문물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좌우 십여 리 지역 및 용봉사(龍鳳寺) 근처 시장에, 언뜻 보면 찬란하게 번쩍거려 그 아름다움을 형용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이것은 모두 옛 제기(祭器. 제사에 쓰는 그릇 – 옮긴이)와 솥/고옥(古玉. 오래된 옥/옛날 옥 – 옮긴이)/서화(書畵. 글씨[書]와 그림[畵] - 옮긴이) 등(같은 – 옮긴이) 기묘한 것들이나, 실상 진품(眞品. 진짜[眞] 물건[品] - 옮긴이)은 보기가 어렵다.
천하의 수만 금과 재물들이 여기(유리창 – 옮긴이)에 모여들어 팔고 사는 자가 끊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풍부하기는 하지만 백성들 생활에는 아무런 보탬이 안 되는 것이다. 불태워 버려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고 한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는 듯하나 그렇지 않다. 푸른 산, 흰 구름은 반드시 먹고 입는 것인가?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사랑한다.
― 박제가(朴齊家), 『 북학의(北學議) 』, 「 고동서화(古董書畵) 」 에서
▶ 옮긴이(개마두리)의 말 :
나는 예술이나 문학이나 문화나 음악이나 미술이 왜 사람에게 필요한지를 말하려고 박제가 선생의 글을 발췌/인용한다. 음악이나 미술도 그 자체를 먹거나 마실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얼마든지 그것을 사랑할 수 있고, 그것들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그러니, 여러분, 모든 것을 ‘먹고 마시고 입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만 판단하지는 말자. 우리는 ‘천박한 삶’/‘속물스러운 삶’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 단기 4357년 10월 5일에, ‘(실학자들이 남긴 고전들을 비롯한) 고전에서 삶의 슬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마두리가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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