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옛 한국 만화에 나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대사들

개마두리 2022. 5. 5. 14:34

# 옮긴이(잉걸)의 말 : 며칠 전, 내가 다니는 웹툰 학원의 옛 강의실(이자 휴게실)에서 우연히 찾아낸 – 그리고 내가 10대일 때 만화 잡지에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기도 한 – 만화에 나오는 대사들 가운데, 흥미롭고 곱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골라서 이곳에 적는다. 부디 이 글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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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 에일리언 킬러 』 [ 상 ]  권의 대사들 ↓

- 학자 : “악어가 말이야.”

- 남(男)주인공 : “악어요?”

- 남주인공 : “웬 뚱딴지 같이 악어는.”

- 학자 : “한심한 녀석! 들어봐, 임마(인마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 학자 : “나일강 상류에 사는 나일악어 같은 건 모성애가 대단해. 이게 따뜻한 모래 속에다 알을 낳는데, 그 알이 부화할 때가 되면 지키고 있다가 새끼들을 물에다 옮겨놓지.”

- 학자 : “그리곤 새끼가 다 클 때까지 끔찍이 돌본다구.”

- 남주인공 : “그런데요?”

- 학자 : “그러면 세상이 온통 악어(나일악어 – 옮긴이)로 들끓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단 말이야. 악어는 자기보다 힘센 동물도 없고, 새끼도 철저히 잘 돌보는데 말이야.”

- 학자 : “그러나 악어에게도 천적은 있다. 모래 속의 악어 알이 부화할 때가 되면, 모래 속에서 깩깩거리는 소리를 듣고 모래 위의 하이에나나 늑대 같은 동물이, 그 모래를 파헤쳐서 알에서 마악 나오려는 새끼만 잡아먹는단 말씀이야. 모래밭을 파는 하이에나, 알을 깨고 있는 악어 새끼.”

- 학자 : “그래서 (자연의 법칙은 – 옮긴이) 나일 강가엔 온통 악어만이 들끓지 않고 적당한 숫자만 살아가게끔 하지.”

▶ 『 에일리언 킬러 』 [ 하 ] 권의 대사들 ↓  

- 학자 :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줄게. 땅 위에서 제일 큰 동물이 뭐냐?”

- 남주인공 : “코끼리요.”

- 학자 : “그래, 코끼리지. 코끼리는 덩치가 큰 만큼, 똥도 많이 눈다.”

- 학자 : “그럼 코끼리 똥으로 아프리카 초원이 지저분해 질텐데?” ( +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난단 말이지.” – 옮긴이)

- 학자 : “조물주는 코끼리 똥만 해치우는 ‘소똥구리’라는 곤충을 만들었단 말이야.”

                                           (중략)

- 학자 : “그래서 신비로운 거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


※ 『 에일리언 킬러 』 :

지금으로부터 스물아홉 해 전인 서기 1993년, 만화 잡지에 실린 한국 만화. ‘김은기’ 작가가 글을 맡고 ‘이태행’ 작가가 그림을 맡았다. 

서기 1993년 ~ 1994년에 ‘도서출판 대원’에서 ‘챔프 코믹스’에 속하는 단행본으로 펴냈고, 모두 2권(상/하권)이다(값은 한 권당 2000원이었고, 흑백 만화였으며, 그때는 만화 단행본을 비롯한 모든 책에 바코드가 찍히지 않았다!). 

장르는 과학물(‘공상과학물’이라는 이름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이자 미래물이고 액션물이다. 에일리언이 “진화”했다고 설명하는 만화며, “우주선”도 나온다. 그리고 만화의 내용에 따르면, 내(잉걸)가 소개/인용한 대사를 말하는 학자는 신학자가 아니라, 고대문명과 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