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옛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명대사/문장들 3

개마두리 2022. 9. 7. 22:32

“전우? 전우 좋아하시네. 용병으로 참전했던 주제에 전우애도 있었다는 거야?”

“용병은 전우애도 없는 괴물딱진줄 알아!”

- 44쪽

“여기가 얼마나 깊은 줄 몰라? 우린 한참을 내려왔다고.”

“그래요? 하지만 내려오다 중간에 꺾어졌어요.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절벽에 가까울지도 모르죠. 다른 방법 있으면 말해 보시고, 없으면 뚫을 만한 정소를 생각해 봐요. 조금 전의 진동 때문에 어쩌면 없던 틈이 새로 생겼을지도 몰라요. 뭐해요! 앉아서 죽을 생각은 없겠죠?”

- 59~60쪽

샌슨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땅에 떨어진 단풍잎을 하나 주워들었다.

“잘 봐?”

그리고 샌슨은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 그 낙엽을 후려쳤다. 물론 낙엽은 휘어졌고, 주먹은 지나쳤다.

“그럼 이번엔,”

샌슨은 다시 후려쳤다. 하지만 이번엔 낙엽에 부딪치는 순간 다시 뒤로 뺐다. 짜악! 낙엽은 조각나며 흩어졌다.

“차이를 알겠어?”

“그러니까 뭐냐, 공격은 목표물에 맞을 때 끝나야 된다는 말이야?”

“응. 공격이 끝났을 때도 맞지 않는 것은 문제지만, 공격 도중에 맞는 것도 별로 타격이 없어. 가장 좋은 공격은 공격이 끝나는 그 순간에 목표에 맞아야 돼.

- 71쪽

몸의 단련이 아닌 정신의 단련은, 끝없이 광대무변(廣大無邊. 넓고[廣] 커서[大] 끝[邊]이 없음[無] - 옮긴이)해서, 동시에 끝없이 나약해지고 나태해질 수도 있는 정신을 한결같이 가다듬는 치열한 투쟁을 일상처럼 해낸다는 것은, 그것은 우리 같은 범부(凡夫. 평범한 사내 – 옮긴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75쪽

“이 대륙의 한 귀퉁이에서, 인간이 살아가고 그들의 번영을 노래할 기틀을 다지기 위해 저 개인의 인생 중 몇 년을 투자하는 것은, 썩 수지맞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 76쪽

“인간이 행한 일은 인간이 책임져야 됩니다.”

- 77쪽

“그는 완벽한 아버지가 될 만한 사람은 아니야. 하지만 어차피 완벽한 아버지는 없어. 노력하는 아버지가 있을 뿐이지.”

- 82쪽

“살기가 이미 적을 꿰뚫으면, 손에 쥔 것이 검이든 활이든 (결과는 – 옮긴이) 똑같다.”

- 84쪽

“전 인간들끼리 나라를 나누는 것도 잘 이해하진 못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친지나 가족에게는 하지 않을 모진 짓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아요.”

- 113쪽

“여행을 할 때 아침마다 새로운 것을 본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모르겠군.”

- 152쪽

“나 걱정해 주니? 딸꾹, (내가 – 옮긴이) 너희들 돈, 모조리 꿀꺽 삼켰는데?”

“돈을 훔쳐갔든 어쨌든 사람 걱정해 줄 수야 있는 거잖아요?”

- 154쪽

“화자(話者. 말[話]하는 사람[者] - 옮긴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일 때는 이야기하는 것이 세 배로 어렵다더니 정말 그렇군.”

- 187쪽

“재미있네. 그럼 완전히 모험가 초보들이구나?”

“모험가는 아니죠. 우린 모험을 찾아나온 것은 아니니까.”

“상관없어. 사람들은 다 모험가야. 산다는 것만큼 큰 모험은 없어.”

- 189쪽

“그런 사람들은 야심이 사람의 본능인 것처럼 생각하죠. 자기가 그 야심 때문에 목숨까지 걸며 허겁지겁 돌아다니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아요. 그런 작자들은 남을 이해할 줄 몰라요. 

 

뭐, 보통은 그런 자들이 왕이 되고, 영웅이 되고 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예요? 

 

만일 그런 영웅이 무능력하고 비굴하다고 날 비판하겠다면, 난 그 작자에게 초를 만들어보라고 하겠어요. 그러고는 ‘초 한 자루도 못 만드는 주제에. 시장 한편에 집어던지면 굶어죽기 십상이겠군.’이라고 말해 주지요. 

 

그러면 그 작자는 화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자기 손으로 먹고 살 재주는 없을 걸요? 다만 무한한 야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려서 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뿐이죠. 

 

그리고 난 그런 야심이 없는 대신, 내 손재주로 내 호구지책(겨우 먹고 살아가는 방책 – 옮긴이)을 마련할 수 있고.”

- 195~196쪽

“그게 진정한 ‘같은 인간’이지요.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요.”

- 196쪽

“사실 누군가 ‘농담 하나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식의 딱딱한 얼굴로 내 존재 이유를 물어보면, 난 정말 할말이 없다. 내가 ‘왜’ 세상에 있는 거지?”

- 209쪽

“설령 내가 선량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어떤 불행이 따라다닐지도 모릅니다. 인간 관계라는 것이 단순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것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 221 ~  222쪽

“흠, 또 다른 하루, 시작이군, 내일 아침에 눈 뜨는 고통을 맛볼 때까진 하루나 남아 있군.”

- 224쪽

“산길을 달려가는 것은 말도 괴롭겠지만, (그 말 위에 탄 – 옮긴이) 사람도 괴롭다. 말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중노동이다. 말은 자신이 태우고 있는 자의 균형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 231쪽

“인간은 ……, 그런 면이 있죠. 모든 것이 자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 그런 놀라운 생각 때문에 그들은 번영하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 241~242쪽  

“전하 ……. 전하께서는 100년에 한번 나오기 힘든 성군(聖君. 덕이 아주 뛰어난 어진 임금 – 옮긴이)의 재목으로 추앙받으셨던 분이십니다.”

“그 말은 어디서 들었습니까? 그거야 아첨꾼, 모리배들이 왕태자에게 하는 상투적인 어휘입니다. 내가 왕태자 책봉되었던 것이 다섯 살 때였죠.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성군의 재목이 어쩌니 할 때는 다섯 살 꼬마였던 나도 어이가 없더군요.”

- 265~266쪽 

“전쟁 중에는 많은 일이 가능합니다. 계속된 전쟁으로 왕권에 대한 신망이 약해진 틈을 이용하여 정부를 전복시키고 적국과는 동맹을 맺는 식으로 일처리가 가능해집니다.”

- 268쪽

“인간은 관계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우리들처럼 보장된 조화가 없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좁혀가는 방법, 합의하는 방법들을 익혀야 하며, 그렇게 타인을 이해하려고 드는 과정에서 다른 피조물들에 대한 이해력이 길러진다고 알았지요.”

- 272쪽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것은 결국 감정 이입이지요. 그래서 같은 부피의 헝겊이 있을 때 인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헝겊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겁니다. 

 

같은 부피의 돌이라 할지라도, 조각으로 만들어진 것은 훨씬 애정, 혹은 두려움, 경배, 어떤 감정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물질에 대한 감정 이입의 결과이고, 결국 따스한 마음씨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어렵습니다.”

“제 뜻은 이렇습니다. 선량한 마음씨가 있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는 말씀입니다.”

- 273 ~ 274쪽

- 한국 판타지 소설인 『 드래곤 라자 』 제 3권(‘이영도’ 지음, ‘(주)황금가지’ 펴냄, 서기 1998년)에서 퍼온 대사와 문장들

☞ 옮긴이(잉걸)의 말 :

어쩌다 보니, 이 소설의 3권까지 다 읽었고, 결국 3권의 명대사와 명문장들까지 이렇게 인용하고 말았다.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 혼자 알기는 아까워서, 이 일을 계속하는 걸 어쩌랴? 부디 여러분이 이런 나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빌 뿐이다.

-  음력 8월 12일에,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