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내게 죽음이 찾아오리라
햇빛 충만한 봄날에
온통 안개의 나라가 되는 겨울날에
혹은 열정과 절규가 사라진 가을날에
언젠가는 내게 죽음이 찾아오리라
이토록 아프고 행복한 날들 중 어느 날에
어제와 마찬가지로 허무한 날에
오늘의 그림자가 지난날의 그림자와 같은 어느 날에
어두침침한 복도 같은 내 두 눈
차가운 대리석 같은 내 두 뺨
갑자기 잠이 나를 데려가리라
내게 고통의 비명도 무의미해지리라
내 두 손은 시작(詩作) 노트를 천천히 어루만지지만
더 이상 시의 마법은 통하지 않으리라
나는 기억해 내리라
한때는 내 두 손에서 피에 물든 시가
뜨겁게 타오르던 것을
흙이 나를 부르는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무덤에 묻으러 찾아오리라
아, 아마도 내 연인들이 한밤중에 찾아와
내 슬픈 무덤 위에 꽃을 놓으리라
내 세계의 캄캄한 벽들이
내가 떠난 뒤 갑자기 한쪽으로 무너지리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눈길이
내 노트와 책장 위를 훑어 내려가리라
한 이방인이 내 기억을 갖고
내 작은 방에 발을 들여놓으리라
그 자리 거울 한가운데 남은 것은
한 줌의 머리카락과 손자국과 하나의 빗
나에게서 벗어나 진정 나 홀로 남게 되리라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모두 재가 되리라
내 영혼은 빈 배의 돛처럼
수평선 멀리 사라지리라
나날들이, 주일들이, 달들이
황급히 서로의 뒤를 쫓으리라
그대의 눈은 종일 문 밖을 바라보며
한 통의 편지를 기다리리라
하지만 이제 내 차가운 몸은
흙의 이불 위에 누우리라
더 이상 그대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 때
그대 없는 내 심장은 흙 밑에서 썩어 가리라
훗날 비바람이 내 묘비에서
내 이름을 부드럽게 씻어 내리라
내 자랑스러운 이야기도, 부끄러운 이야기도 잊은 채
내 무덤은 길가에 잊혀진 이름으로 남으리라
- 포루그 파로흐자드(Forugh Farrokhzad) 시인의 시
* 출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포루그 파로흐자드 지음, 신양섭 옮김, '문학의 숲’ 펴냄, 서기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