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의 히,스토리] 윤덕민 대사의 발언이 위험한 이유
윤석열 정권이 일왕(천황)의 국빈 방한을 거론했다. 3일 자 <지지통신>(의 기사인 –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새로운 선언으로 역사인식 재확인을... 국교 60년 만에 국빈방문 기대'에 따르면, 귀임을 앞둔 윤덕민 주일대사는 인터뷰에서 "내년에 상호 국빈방문할 수 있으면 좋다"라고 발언했다. 지지통신은 그가 "국빈이나 국빈대우의 왕래를 기대"했다고 전했다.
"국빈이나 국빈대우"라는 표현을 썼다. 국빈으로 초청하겠다는 건지 국빈예우로 초청하겠다는 건지 모호할 수 있으나, 형식적 국가원수와 실질적 국가지도자가 병존하는 일본(왜국[倭國] - 옮긴이) 상황에서 윤 대사의 발언은 일왕(왜왕[倭王] - 옮긴이)의 국빈 방문과 총리의 국빈대우 방문을 함께 거론하는 것이 된다.
해방 이후 한국 땅을 최초로 밟은 일본 총리는 사토 에이사쿠다. 1967년 6월 30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1971년 7월 1일에도 서울에서 박정희와 정상회담을 했다. 그의 방문은 대통령 취임식에 맞춘 것으로 경축 사절로 찾아왔다.
실질적 회담을 위해 최초로 방문한 총리는 1983년 1월 11일 한국을 찾아온 나카소네 야스히로다. 그날 발행된 <동아일보>에 따르면, <르 몽드>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수상의 방한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수상으로는 처음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인 나카소네 총리는 전두환 정부로부터 국빈예우 대접을 받았다. <동아일보>는 의전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이번 나카소네 수상의 방한 일정은 국빈급 예우와 수상급 대우 의전의 절충형"이라고 전했다. 국빈급 예우와 총리급 예우를 절충해서 제공했던 것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국빈 방문'으로 표기할 때가 있지만, 실제로는 국빈 방문이 아닌 국빈대우 방문이다. 지난 4월 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사흘 전에 외무성은 "기시다 후미오 내각총리대신은 미국을 국빈 대우로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일본인들에게는 쉽게 이해되는 화법
이처럼 국빈 방문과 국민대우 방문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많은 일본에서 윤덕민 대사는 2025년에 국빈 방문이나 국빈대우 방문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함께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일과 일왕의 국빈 방한이 세트가 되거나, 아니면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일과 일본 총리의 국빈대우 방한이 세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셈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쉽게 이해되는 화법(국빈 방문 혹은 국빈대우 방문)을 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다.
1958년 창간된 일본 여성지인 <조세지신(女性自身)>은 작년 7월 13일 자 기사에서 궁내청과 수상관저가 나루히토 일왕의 2025년 방한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역사문제를 비롯한 한일 현안들을 최종 마무리하는 상징적 이벤트를 한일협정 60주년인 2025년에 여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2025년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상대로 외교적 승리를 거둔 1905년 을사년, 대한민국을 상대로 또다시 외교적 승리를 거둔 1965년 을사년에 이어 세 번째 을사년이다. 2025년에도 한일 외교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것이 궁내청과 총리실의 의욕이다.
이런 움직임에 윤석열 정부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2025년이 양국에 분기점이 된다"며 새로운 한일공동선언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지난 7월 31일 윤덕민 주일대사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윤 대통령도 화답을 보냈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그는 "내년 한일수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양국관계로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천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윤덕민 대사의 발언이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윤 정부와 기시다 내각 간에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만한 일이다.
▶ 지금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
한일 국가 지도자의 상호 국빈 방문은 바람직하고 이상적이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일본의 침략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라도 해결된 상태에서 상호 국빈 방문을 추진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윤 정권은 전제 조건을 충족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상호 국빈 방문을 운운하면서도 전제 조건에 관한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는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조한 데서도 나타나듯, 윤 정권은 일본의 역사 왜곡과 은폐를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 강제징용(올바른 이름은 ‘노예노동 강요’. 이 말은 몇 해 전 영어권에 있는 언론사에서도 쓴 이름이다 : 옮긴이)이나 독도 영유권에서도 마찬가지다.
거기다가 한국 안보보다는 일본 안보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북한 견제를 위한 것은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은 대북 견제라는 목표를 그럭저럭 달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미일 협력은 중국을 우선 견제하는 것이고 여기서는 미·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먼저 고려된다. 이런 일에 윤 정권은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
윤 정권은 안보 문제에서 일본을 도와주면서도 역사문제에서 아무런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역사문제에서 성과를 많이 냈다는 말이 나오는 곳은 일본 정부와 한일 극우세력(사실은 왜국 우익 세력과 한국 안의 종일[從日]세력 – 옮긴이)이다.
그런 윤 정권이 일왕의 국빈 방문까지 거론했다. 역사문제에서 굴욕을 거듭하고 안보 문제에서 일본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 일왕의 국빈 방한까지 성사되면, 한국이 일본에 굴종적인 이미지가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윤덕민 대사의 발언은 그래서 위험하다.
일왕의 국빈 방한이 아닌 총리의 국빈대우 방한이 2025년에 성사되는 경우에도 그런 위험성이 존재한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일과 일본 총리의 국빈대우 방한이 한 해 동안 세트로 성사되고 양국 정부가 중대 선언을 함께 내놓으면, 한일 역사문제가 마무리되고 군사협력이 완성되는 듯한 이미지를 조장할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형성된 이미지는 이미지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각국의 현실 문제에까지 영향을 주기 쉽다. 일왕의 국빈 방한이나 총리의 국빈대우 방한이 거론되는 지금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다.
- 김종성 (jkim0815@naver.com) 기자
- < 오마이뉴스 > 서기 2024년 양력 8월 5일자 기사
-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047/0002442035?type=series&cid=1088011
▣ 옮긴이(개마두리)의 말 :
만약 정말로 다음 해에 나루히토 왜왕(倭王)이 한국에 온다면, 우리는 그 자에게 떡 대신 “돌”을 던지고 욕과 비난을 퍼부어야 한다(나아가 그 자가 넷우익/재특회의 혐한을 내버려 둔 까닭이 뭔지도 따져야 하고, 왜국 우익들이 임나일본부 설이라는 엉터리 학설을 가르쳐야 한다고 떠들 때 입을 다문 까닭이 무엇인지도 물어야 하며, 서기 1592 ~ 1598년에 왜왕의 신하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근세조선을 침략한 일을 왜 언급하지 않았는지도 캐물어야 한다). 일찍이 한인애국단 단원 이봉창 투사(鬪士)님은 나루히토 왜왕의 할아버지인 히로히토 왜왕에게 “폭탄”을 던지셨고(안타깝게도 빗나갔지만!), 의열단 단원들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왜왕의 궁전으로 들어가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질 계획을 세우셨는데, 그분들의 후손인 우리가 그분들이 한 일과 비슷한 일을 하지 못할 까닭이 뭔가?
윤석열이 다스리는 ‘왜국(倭國) 반(半)식민지 조선’/‘코리아[Corea] 반도 남쪽에서 다시 세워진 제 2의 만주국(근대 왜국의 괴뢰국가였다)’에서 짓눌려가며 비굴하게 사느니, 차라리 적국의 우두머리에게 돌을 던지며 분노를 터뜨리는 편이 낫다!
- 단기 4357년 음력 7월 5일에, 이 기사를 옮겨적은 뒤,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 옮긴이의 말 」 을 써서 덧붙인 한국인 개마두리가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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