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166

흰 눈이 가득한 골짜기

흰 눈이 가득한 골짜기 구름도 험하구나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을까 석양(夕陽. 저녁[夕]때의 햇빛[陽] - 옮긴이)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 ‘ 이색 ’ 공의 시 ▶ 이색(李穡) : 호는 ‘목은(牧隱)’.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후기 고리(高麗)[왕건이 세운 나라] 말기의 문신(文臣)이자 학자다. 서기 1328년에 태어나서, 서기 1396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까, 후기 고리 후기에 태어나서, 근세조선 초기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전제(田制. 논밭을 다룬 제도. 그러니까 토지제도)를 고치고 교육을 진흥하는 일에 몰두했으며, 서른 살 때인 서기 1357년에는 유학(儒學)을 바탕으로 삼은 3년 상 제도를 건의하여 시행하도록 하였다. 후기 고리가 망한 뒤, 근세조선의 태조인 이성..

시(詩) 2021.08.20

장마를 견디며

물소 떼가 지붕 위를 지나간다. 모기의 목소리 어제보다 낭랑해지고 나는 B형의 그리움을 벽에 피칠하며 어설픈 잠결에 불안해한다. 당신은 흔들리는 무덤 같아요, 라고 적어 보냈던 편지 쓰지도 않고 썼다고 우기면 내 마음 관보다 더 깊어져 방 안 가득 곰팡이꽃 피어오르지만 나는 목침을 베고 누워 자욱한 물안개까지만 생각하기로 하고 비 오는 시절의 주소를 모두 잊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모가지부터 가슴까지 수수깡처럼 꺾이는 나라에 살았던 경력이 있는 법이다. 부끄러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심야일기예보로 다가오는 밤 1시의 태풍을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 탱크가 짓이긴 폐허 위에도 홍등의 거리가 다시 세워지듯이 나는 믿는다. 저 물소들 밟고 지나가는 마음 한켠에서부터 이미 벽돌 한 장, 한 장, 새로운 도시가 올..

시(詩) 2021.07.07

침시

▶ 침시(沈柹) : 가라앉은(沈) 감(柹). 소금물에 담가서(가라앉혀서) 떫은맛을 없앤 감을 일컫는 말이다. ‘ 침감 ’으로도 부른다. ===================================================== 풋감 넣은 항아리에 소금물을 붓는다 코끝을 자극하는 풋내 나는 떫은 몸 어머니 손맛을 채워 감칠맛이 돋는다 제맛을 찾는 길은 짜고 시린 눈물 길 설익은 맛 뱉어내는 아린 시간 보듬을 때 아랫목 생감 항아리 벗겨지는 내 고집 - ‘ 박진형 ’ 시인의 시

시(詩) 202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