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은 더 이상 죽은 자의 것이 아니다
길바닥에 버려진 흙 묻은 개의 주검처럼
한 켤레 낡은 구두로 생애를 정의한다
떠도는 말씀은 여우비에 씻겨 가리라
아무도 마지막 종을 울리지 않았지만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 싸늘히 잊혀진다
하지만 깊은 밤 촉 낮은 불을 밝히고
가슴으로 써 내려간 한 권의 일기장(日記帳 : 날적이 - 옮긴이)
이보다 품격을 더한 유품이 어디 있으랴
남긴 것도 뿌린 것도 초라한 이름이지만
그는 청천 하늘의 뇌성벽력을 가졌고
애잔한 파도 소리도 함께 가진 사람이었다
- ‘이달균’ 시조 시인의 시조
-『열린시학』겨울호에 실린 시조
-『2015 좋은 시조』(김영재/김일연/정용국 엮음, ‘책 만드는 집’ 펴냄, 서기 2015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