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운 삶 등에 지고 모래밭을 타박이며
얼마나 느린 발길로 너는 걸어왔을까
시간은 모래바람 속, 온 길이 다 묻힌다
너를 통해 흘러왔을 나의 강을 바라보며
뜨거운 고도 향해 휘파람을 불어가며
혹처럼 굽은 생애가 신기루로 흐른다
그 오랜 어둠을 깨며 멀어지는 밤 같은
한 생애 푸른 비단을 펼쳐놓은 저 달빛
속눈썹 짙게 젖어든 외로운 등이 휜다
- ‘김민정’ 시조 시인의 시조
-『시조시학』여름호에 실린 시조
-『2015 좋은 시조』(김영재/김일연/정용국 엮음, ‘책 만드는 집’ 펴냄, 서기 2015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