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속살까지 어이려고 높새바람 칼 가는가 꼭두서니 물을 풀어 제 몸에 불 질러 놓고 건너 뛸 낌새도 없이 등뼈 세운 저 가부좌 헌 살 곧게 추스르며 묵언수행 저리 하나 지상의 겨울을 위해 두 눈 감고 귀 닫으면 가을산 붉은 이마에 환한 적막 내려 앉네 - ‘정평림’ 님의 시 → 지하철 역.. 시(詩) 2018.02.04
그만큼 자네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시는가? 숨 한 번 들이쉬고 반 번 내쉬는 동안이라도 ‘내가 나 자신에게 속해 있다.’고 보시는가? 그렇지, 붓대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아는 만큼, 또는 공이 어디로 튈는지 스스로 아는 만큼, 그만큼은 알고 있겠지 - .. 시(詩) 2017.06.16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나를 잘 알고 사랑하는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당신들은 허무를 항해하면서 예언할 수 있으니까, 선지자처럼, 미래를, 이제 당신들 꿈의 침묵은 인간의 형체를 갖추게 되었고 가슴속에는 이따금 호랑이와 온순한 사슴이 나타나니까. - 요제프 아틸라 시인의 시 (‘요제프’가 성.. 시(詩) 2017.06.16
바뀔 수 있다 푸짐하게 후식(後食)을 내 오면, 배가 불러도 물리는 일이 거의 없다 남들이 곁에 있을 때에는 경건하게 예배한다 몇 시간씩 앉아 있기도 한다. 그러나 혼자서 빌 때면 잠시 허리 숙였다가 잽싸게 일어난다. 일어나는 길로 비어 있는 식도를 채우러 달려간다 그러나, 이런 됨됨이가 바뀔 .. 시(詩) 2017.05.23
어떤 영혼들은 …… 어떤 영혼들은 푸른 별들을 갖고 있다, 시간의 갈피에 끼워 놓은 아침들을, 그리고 꿈과 그리움의 옛 도란거림 이 있는 정결한 구석들을, 또 다른 영혼들은 열정의 환영(幻影)들 로 괴로워한다. 벌레 먹은 과일들. 그림자의 흐름과도 같이 멀리서 오는 타 버린 목소리의 메아리. 슬픔이 없.. 시(詩) 2017.05.22
▷◁오은 시인의 또 다른 시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 시(詩) 2017.01.30
▷◁청춘 거센소리로 머물다가 된소리로 떠나는 일 칼이 꽃이 되는 일 피가 뼈가 되는 일 어떤 날에는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은 내가 아니니까 내 마음이 아니니까 자유는 늘 부자연스러웠다 몸의 부기를 빼는 일 마음을 더는 일 다시 예사소리로 되돌리는 일 꿈에서 나와 길 .. 시(詩) 2017.01.30
▷◁저런 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 저런 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지 아무 쓸모없는 듯 강폭 한가운데에 버티고 선 작은 돌섬 하나 있음으로 해서, 에돌아가는 새로운 물길 하나 생겨난 거지 - 정세훈 시인의 시 시(詩) 2017.01.02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망명 * 무정부주의자(無政府主義者) : ‘아나키스트(Anarchist)’를 옮긴 한자말. 그러나 잘못된 번역이다. ‘자유연합주의자(自由聯合主義者)’가 올바른 번역이다.(옮긴이의 보충설명) - ‘김이하’ 시인의 시 - 날짜 : 2016.09.08. 지금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일제의 발톱이 움킨 매국의 계절에 .. 시(詩) 2016.09.11
▷◁사랑에 빠진 이의 노래 그대의 흰옷이 살랑거리는 것이 마치 어린 나뭇가지가 노래하는 것 같네요.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까만 산맥 위에 서 있는 그대의 흰옷을 펄럭이게 하네요. 내 마음은 그대의 목걸이가 내는 소리도 들리네. 그 목걸이 소리는 그대만 따를 뿐, 돌아오지 않네. 멀리 떨어져 있는 내가 얼마나.. 시(詩) 201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