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에 켜는 불 밤이다 강가의 가로등이 불을 켜자 검은 수면 위로 불빛이 하나 둘 몸을 드러낸다 겨울밤의 차가움도 자동차 바퀴 구르는 소리 흩날리던 흰 눈도 강물에 잠기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밝아지는 수면의 불빛 그 빛 하나를 켜들고 나는 한겨울을 걷고 있다 - 이정화 님의 시(서기 2015년에 나.. 시(詩) 2018.04.20
연탄재를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진실로 뜨거.. 시(詩) 2018.03.25
호아 띠엔, 꽃 장식 페이지들 * 호아 띠엔(Hỏa tiễn) : 베트남의 비에트(Viet) 말[킨 말]. 한자로는 화전(火箭). 원래는 불화살[火 + 箭], 그러니까 불을 붙여 쏘는 화살이나, 화약을 담은 통을 붙여서 쏘는 화살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로켓/미사일’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여기 긴 모래사장이 있네. 그 위로 .. 시(詩) 2018.03.12
가을 산 속살까지 어이려고 높새바람 칼 가는가 꼭두서니 물을 풀어 제 몸에 불 질러 놓고 건너 뛸 낌새도 없이 등뼈 세운 저 가부좌 헌 살 곧게 추스르며 묵언수행 저리 하나 지상의 겨울을 위해 두 눈 감고 귀 닫으면 가을산 붉은 이마에 환한 적막 내려 앉네 - ‘정평림’ 님의 시 → 지하철 역.. 시(詩) 2018.02.04
그만큼 자네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시는가? 숨 한 번 들이쉬고 반 번 내쉬는 동안이라도 ‘내가 나 자신에게 속해 있다.’고 보시는가? 그렇지, 붓대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아는 만큼, 또는 공이 어디로 튈는지 스스로 아는 만큼, 그만큼은 알고 있겠지 - .. 시(詩) 2017.06.16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나를 잘 알고 사랑하는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당신들은 허무를 항해하면서 예언할 수 있으니까, 선지자처럼, 미래를, 이제 당신들 꿈의 침묵은 인간의 형체를 갖추게 되었고 가슴속에는 이따금 호랑이와 온순한 사슴이 나타나니까. - 요제프 아틸라 시인의 시 (‘요제프’가 성.. 시(詩) 2017.06.16
바뀔 수 있다 푸짐하게 후식(後食)을 내 오면, 배가 불러도 물리는 일이 거의 없다 남들이 곁에 있을 때에는 경건하게 예배한다 몇 시간씩 앉아 있기도 한다. 그러나 혼자서 빌 때면 잠시 허리 숙였다가 잽싸게 일어난다. 일어나는 길로 비어 있는 식도를 채우러 달려간다 그러나, 이런 됨됨이가 바뀔 .. 시(詩) 2017.05.23
어떤 영혼들은 …… 어떤 영혼들은 푸른 별들을 갖고 있다, 시간의 갈피에 끼워 놓은 아침들을, 그리고 꿈과 그리움의 옛 도란거림 이 있는 정결한 구석들을, 또 다른 영혼들은 열정의 환영(幻影)들 로 괴로워한다. 벌레 먹은 과일들. 그림자의 흐름과도 같이 멀리서 오는 타 버린 목소리의 메아리. 슬픔이 없.. 시(詩) 2017.05.22
▷◁오은 시인의 또 다른 시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 시(詩) 2017.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