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안에 계신 분들 시 안에 계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라 그분들로 하여금 바라는 곳으로 그대를 데려가시게 하여라 그 은밀한 암시를 따라라 아무 전제 남기지 말고 - 루미 시인의 시 -『루미 시초(詩抄) -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마울라나 젤랄렛딘 루미 지음, 이현주 옮김, ‘늘봄’ 펴냄, 서기 2014년)에.. 시(詩) 2018.07.20
[시]단풍 샤워 나무 가지 끝 샤워꼭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온수 거리곳곳마다 개장한 노천탕 행인들 사이사이로 즐비하게 솟은 붉은 샘물 느긋한 늦가을 바람이 잔잔히 섞은 물결 느른한 마음 속 가슴에 담아 둔 돌 꾸러미 발 한 번 담굴 때마다 단풍에 씻겨 미세한 광물 되어 붉은 샘물에 녹아든다 - .. 시(詩) 2018.06.04
노천극장 (노천극장[露天劇場] : 하늘[天]이 드러나는[露] 극장. 야외극장과 같은 말이다. 한데에 임시로 무대를 만든 극장을 일컫는 말이다 → 옮긴이) 비 오는 날에 커다란 우산을 혼자 쓰고 있다 두둑두둑 지붕 위로 음표가 떨어지고 도독도독 쪼개져서 구른다 혼자서만 웅장한 연주를 들으려니 .. 시(詩) 2018.05.11
첫눈 깻단 위에 눈이 내렸다 깨알 같은 말이 쏟아졌다 첫눈 오는 날 약속이 유효하다고 새가 발자국을 남겼다 기억을 털어 낸 들판 전율의 틈으로 깨꽃 같은 소식이 다녀갔다 - ‘송선애’ 시인의 시 * 깻단 : 깨알을 털어내려고 깨를 단으로 묶어 놓은 것. * 깨꽃 : 브라실(영어권에서 ‘브라<.. 시(詩) 2018.05.11
숨은 꽃 숨이란 말 참 좋더라 그렇게 따스울 수 없더라 ‘후우’하고 내뱉고 나면 가슴속까지 편안해지는 말 콧구멍 간질이며 온몸을 덥히는 말 그러나 바닥까지 내려놓으면 돌멩이처럼 싸늘해지는 말 산다는 건 누구나 자기 몫의 어둠을 길들이는 일 슬픔의 모서리를 숨통처럼 둥글게 둥글게 .. 시(詩) 2018.05.11
무심코 건넨 인사 넝쿨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동안 난 널 왜 무심코 지나친 걸까 아파트를 둘러싼 어떤 나무에게도 ‘안녕’하고 말을 건넸다 몇 마리의 무리지어 있는 비둘기에게도 나뭇가지에 간신히 붙어있는 열매에게도 바닥에 나뒹굴고 밟혀 오래된 낙엽들에게도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그것들에게.. 시(詩) 2018.05.11
막차 막차를 타본 적 있던가 우리네 인생 막차 타면 어떤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어느새 이르지 않던가. 막차 타는 인생일지언정 결국에 도달하니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 언젠가 가장 먼저 내일의 첫 차를 탈 기회가 올 것이니. - 유수완 님의 시(시민공모작) 시(詩) 2018.04.21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보라, 하늘을.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 아무도 엿보지 않는다. 새는 코를 막고 솟아오른다. 얏호, 함성을 지르며 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 팅! 팅! 팅! 시퍼런 용수철을 튕긴다. - 황인숙 시인의 시 시(詩) 2018.04.20
근황 나무가 빈 가지로 오래 겨울을 견디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다 나뭇가지 사이엔 우주로 가는 길이 있다 하늘과 바람과 구름의 소리가 있다 그늘을 드리우는 저 깊고 아득한 골짜기의 울림으로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질 꽃잎들 빈 가지 사이로 별들이 지나갈 길 하나 열어 놓는다 .. 시(詩) 2018.04.20